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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소비' 프리즘으로 살펴본 현대 인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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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교수의 신간 '소비 수업'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현대인은 매일 무언가를 소비한다. 일상의 모든 행위가 소비로 시작해 소비로 귀결된다 싶을 정도다.

소비의 한 형태인 유행에 뒤진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삶의 양식과 존재 방식이 더이상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에 머문 듯해서다. 이에는 낙후성, 열등감이 한몫한다. 유행은 일종의 강박이다.

연세대에서 '현대 소비사회의 이해' 등을 강의하는 윤태영 겸임교수는 저서 '소비 수업'으로 현대 사회의 풍광과 음양을 살핀다. 윤 교수는 '우리는 왜 소비하고, 어떻게 소비하며, 무엇을 소비하는가?'라며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등 열한 가지 키워드로 묻고 답한다.

'절약'이 미덕이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가 미덕으로 떠오른 채 너나없이 이에 매몰되다시피 한다. 현대인은 어떤 물건, 어떤 공간, 어떤 문화를 소비하느냐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곤 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 행위는 단순히 사물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의미와 기호를 소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명품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반면, 고급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나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인 유행은 계급적 차별화 욕구를 만족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저자는 형식적으로 계급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소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계급적 차이와 질서를 설명키 위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분석을 끌어온다. 부르디외는 계급 스스로가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특정의 생활양식을 채택하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계급과 '구별짓기'를 시도한다고 설파했다.

이 구별짓기는 현대사회의 소비 형태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구별짓기를 위한 현대인의 욕망이 분출하는 통로로 소비를 바라본다. 자기 과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인스타그램 등 SNS 역시 소비로써 타인과 자신을 구별짓기하려는 욕망의 표현이란다.

구별짓기를 위한 소비도 최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 물질적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가 확산하는 것이다. 특색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공간 소비, 재미와 의미를 공유하는 경험 소비, 과시보다는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문화 소비 등이 바로 그렇다.

이처럼 공유와 경험이 소비의 화두로 자리 잡은 지금, 과시적이고 중독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깨어 있는 소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저자는 당부한다. 부화뇌동이라는 말처럼 맹목적 소비의 이면에는 산업자본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특히 광고는 소비를 부추기는 바람잡이나 다름없다.

다음은 책 마지막 장인 '사용가치와 기호가치'에서 '소비의 사회- 그 신화의 구조'의 저자 장 보드리야르의 말을 상기시키며 현대사회의 소비를 요약해주는 말-.

"소비는 이제 집단적ㆍ개인적 정체성 의식을 구성하는 상징적인 과정이다. 이 재화들에 대한 소비는 내가 누구인지를 자신에게는 물론 타인에게 전달하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소비자는 상품 구매를 통해 상품의 효율성을 향유하기보다는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 계급적 소속감을 느끼고자 한다."

문예출판사. 33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소비 수업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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