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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국 영화산업 '우먼파워'.."여성 창작자와 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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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작자로 오스카 품은
곽신애 바른손E&A 대표
기생충팀 오스카 캠페인 40일간 동행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 인기 대단
아카데미는 전통 대신 변화 택한 셈"
亞 여성 제작자 첫 수상 타이틀도
기자·프로듀서 거치며 봉감독과 인연
"차기작 함께?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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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상 받아야 한다' '내 표는 너희 거야' 등 각종 행사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이렇게 체감한 인기로 생각하면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 게 당연했죠. 그게 표로 이어지려면 시대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하고, 아카데미 회원들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E&A 대표가 오스카 캠페인 당시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오스카 시상식 40일 전 캠페인에 합류한 그는 "현지에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요즘 분위기로 따지면 마치 길거리에서 현빈을 본 것처럼 봉과 송을 외쳤어요. 미국감독조합 시상식에서는 봉 감독이 사람들의 인사에 화답하느라 물병을 따고 그걸 마시는 데 30~40분이 걸렸죠. 그렇게 인기가 높았는데 막상 상은 '1917'이 받았죠(웃음). 표심의 향방이 궁금했는데, 결국 아카데미가 전통과 변화 중 변화를 택한 겁니다."

오스카 캠페인은 주로 다양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참여한다. 그는 "경쟁구도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 비수기 자국 영화산업을 붐업시키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난 92년간 지속돼왔다"며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면 개봉관이 1000개, 작품상을 수상하면 2배가 된다고 했는데 '기생충'도 정말 그렇게 됐다"며 오스카 캠페인의 산업적 의미를 짚었다.
파이낸셜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오스카상을 든 봉준호 감독(왼쪽)과 바른손E&A 곽신애 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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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는 시네필의 필독서였던 '키노' 기자를 거쳐 LJ필름, 신씨네 등에서 마케터와 프로듀서로 일했다. 2010년 서우식 당시 바른손 대표의 제의로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바른손필름 대표를 거쳐 2015년 바른손E&A(바른손필름 흡수·합병) 대표가 됐다. '기생충'은 바른손이 봉 감독의 '마더'를 제작한 게 인연이 돼 성사된 프로젝트다.

봉 감독은 앞서 "배우들에 대한 곽 대표의 정서적 케어, 마케팅팀과 프로덕션팀 간의 뛰어난 가교 역할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존심"을 높게 평가했다. '기생충' 완성 후 "제작자가 아니라 '키노' 기자로 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곽 대표는 이번 '기생충' 관련 가장 의미 있는 일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 동시 수상"을 꼽았다. 개인적으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을 먼발치서만 보고, 말을 못 걸어본 게 아쉽다"고 회상했다.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수상이라는 역사적 타이틀도 얻었다. 그는 "'기생충'이 쓴 최초의 역사가 하도 많아서…"라면서 웃었다. "지난해 한국영화산업에서 여성제작자의 작품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여성제작자의 활약이 두드러졌죠. 여성 감독들은 주목할 작품을 많이 내놨고요. 여성 창작자와 뭔가 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영화 일을 한 걸 후회한 적은 없을까. 그는 "있다"고 답했다. "아들이 어릴 때요. 칼퇴근 하는 업종이 아니라 늘 마음을 태웠죠."(웃음) 그 아들은 벌써 20대 청년이 됐다. 아들은 남편 정지우 감독을 닮아 담백한 성격이라 이번에 "수고하셨다"는 인사만 들었다. "저도 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주변에서 너무 좋아하니까 그게 즐거울 뿐입니다."

최근 청와대 만찬에 트로피를 들고 간 것도 시상식에 못간 주요 스태프들에게 트로피를 만져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배우조합에서 배우들이 앙상블 상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고 했다. "아쉽게도 상금은 없네요."(웃음) 곽 대표는 봉 감독의 차기작도 함께하게 될까? "그게 정식 제의를 받은 게 아니라 마치 썸 타는 기분"이라며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곽 대표는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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