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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여기도 언제 터질지 몰라” 카트에 라면·물·즉석밥 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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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도 생필품 불안감 고조

대구·경북 사재기 현상 본 시민들 “비상 식량 비축해야” 마트 북적

확진자 다녀간 수십 곳 휴업 영향 박스째 대량 구매까지 크게 늘어
한국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24일 오전 대전 서구 월평동 한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 평일임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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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임규선(가명ㆍ69)씨는 “오랜만에 마트를 찾았다”며 부지런히 통조림을 카트에 담고 있었다. 그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것조차 자제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더 늦기 전에 먹거리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나왔다고 했다.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앞으로 열흘 정도가 고비라는 소식을 듣고 비상사태를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임씨는 미리 적어온 구매목록을 보여주면서 식료품으로 가득 채운 카트를 끌고 총총히 계산대로 향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악화하고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조정하자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동자제 권고가 내려진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사재기 현상까지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수도권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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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이마트몰 웹사이트에서 '비상식량'으로 분류된 라면, 즉석밥, 카레 등 묶음 상품이 일시품절 상태로 표시돼 있다. 이마트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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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경우 아직 공포감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 방역용품은 물론 라면 등 식품을 대량 구입하는 행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날 마포구 대형마트에서도 식품과 생필품을 대량 구입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물ㆍ라면ㆍ쌀ㆍ즉석밥ㆍ통조림 등 비상식량 매대는 6~8개 묶음 상품이나 상자째 찾는 소비자가 많아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추가 물량을 채워 넣고 있었다.

생필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날 서울 양재동 외국계 마트에서는 개점 1시간 만에 생수 묶음 수백 개가 동나기도 했다. 회사원 김준식(31)씨는 “지난 주말 양재동 A마트에 라면과 참치캔, 유통기간이 긴 에너지바, 두유 등을 사러 갔는데 계산 대기 줄이 길어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물건을 되팔아 이윤을 얻으려는) 악의적인 사재기보다는 외식을 못하다 보니 구매를 늘리는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식료품 판매는 온ㆍ오프라인 모두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서울 지역매장의 라면ㆍ물ㆍ육류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 10%, 15%, 8% 가량 늘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인터넷 ‘이마트몰’ 웹사이트에서는 비상식량으로 분류된 라면 일부 제품과 즉석밥, 카레 등이 일시품절 상태로 전환됐다. 주문 폭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식량 비축에 나선 데는 대형할인점이 줄줄이 문을 닫은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19일 이후 이날까지 확진자 방문으로 하루 이상 휴업한 대형마트ㆍ백화점ㆍ면세점 등은 20곳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확진자 1명이라도 매장에 들렀을 경우 방역을 위해 휴점 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생필품을 살 수 있을 때 사놔야 한다’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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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23일 서울 한 마트의 마스크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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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포함한 방역용품 구매는 전국적으로 쟁탈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온ㆍ오프라인을 불문하고 KF80ㆍ94 등급 방역마스크가 품절된 가운데, 마스크 141만장이 풀린 대구ㆍ경북 지역 이마트에서는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인파로 대기줄이 수백m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형할인점 관계자는 “대구ㆍ경북 외 매장에서도 하루 두 차례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라며 “번호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혼란을 피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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