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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남병원 격리환자 83명, 다인실 몰아넣어 증상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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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사망한 5층 폐쇄병동에 격리

개인 침대 아닌 ‘온돌식’ 함께 쓰고

환자복 등 오염 폐기물 곳곳 쌓여

의료진들, 과밀 환경 위험성 지적

질환 특성 탓 일반병동 이동 어렵고

타 병원 이송도 어려워 진퇴양난

시민단체선 긴급구제 요청 잇따라


한겨레

경북 청도대남병원 5층 정신과 폐쇄(보호)병동에 입원 환자 83명이 격리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곳의 열악한 치료 환경이 환자들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의 환자들은 대체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영양 상태가 부실해, 자칫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기준으로 청도대남병원 입원 환자 중 코로나19 감염 이후 숨진 이는 모두 7명이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청도대남병원 사망자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다. 이들의 사망 원인은 대체로 코로나19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쇄병동 입원 환자 103명 중 84명(사망자 5명 포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료급여 수급권자다. 보건당국은 지난 22일 폐쇄병동 입원 환자 대부분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뒤 83명의 환자를 5층에 격리했다. 청도대남병원 관련 확진자(직원 포함) 106명 가운데 23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거나 이송된 뒤 사망했다.

지난 23~24일 청도대남병원을 방문한 의료진의 말을 종합하면, 환자들이 격리된 5층 폐쇄병동은 적정 치료가 이루어지기 힘든 환경이다. 환자용 침대가 아닌 온돌식 다인실에는 열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들이 뒤섞여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환자복을 비롯한 오염 폐기물도 병원 곳곳에 쌓여 있고, 환자 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백재중 녹색병원 진료부장(호흡기내과 전문의)은 “정신과 병동의 경우 침대가 있으면 많은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워 온돌식 다인실을 운영하며, 이러한 구조로 인해 과밀 환경이 만들어져 환자 대부분이 감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가장 오염이 심한 폐쇄병동에 환자들을 몰아넣은 건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치료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환자들 증상이 더 악화되기 전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청도대남병원) 5층의 정신병동은 환자 치료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내과 진료가 가능한 2층 일반병동을 비우고, 5층 환자들을 2층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애초에) 청도대남병원 환자 코호트 격리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정신질환과 코로나19 감염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아 코호트 격리를 결정한 것”이라며 “중증환자가 많이 생겨 적절한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한 의료진의 말을 들어보면, 5층 환자 83명을 모두 2층 일반병동에서 진료하긴 어려운 형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환자 일부를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코로나19 치료와 감염 관리를 담당할 의료진이 없어 이송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스로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한 정신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염될 가능성도 있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관련 단체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병원에 남은 환자들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전국 420여곳 정신과 폐쇄병동 감염관리 현황을 전수조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박현정 박다해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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