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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재택근무는 남의 일"…'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인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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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이 재택근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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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잇따라 재택근무나 출퇴근 시차제 등 특별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재택근무를 결정한 회사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지는 반면 미시행 기업 소속 직원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4일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전사적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재택근무는 필수인력 30% 안팎을 제외한 전사원이 대상이며, 재택근무 기간 연장 여부는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SK 선제적 대응에 감탄했다” “직원들이 귀한 자산이라는 걸 잘 아는 회사라는 생각에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그중 제외되는 인력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결정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SK의 복지와 행보는 익히 들어왔다. 역시 혁신기업”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호평을 쏟아냈다.

현재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3일 코로나 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상황에서 기업들도 불필요한 접촉을 줄여 임직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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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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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택업무를 시행하지 않거나 업무특성상 시행이 어려운 기업 직원들은 소외감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들은 재택근무가 그야말로 ‘남의 일’이었다. 이들은 “이런 건 사무직이나 가능한 거다. 제조업 현장근무자들은 절대 해당될 수 없다. 남의 일” “대기업은 장장 회사를 휴업해도 크게 타격받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태가 심각한 건 맞지만, 회사 분위기는 ‘재택근무는 눈치껏 안하는 게 좋을 거야’다. 이럴 땐 대기업이 그저 부러울 뿐”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로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A(31)씨는 “출퇴근 길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소비하는 시간만 1시간에 달한다. 그런데 이 시간 동안 언제 어디서 감염자를 마주칠 줄 모르는거 아닌가”라며 “현재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가 결정난 건 아니지만 직원들의 이런 반발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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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감염 우려에 재택근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업무 효율성을 놓고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재택근무 중인 재직자들은 “외부 미팅이 제한된 것 외에 회사 업무와 관련된 일들은 전부 자체 메신저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다” “마스크도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재택근무를 시행하니깐 그런 불안감은 없어졌다. 재택을 한다고 회사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혹시나 감염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든 점도 있었다. 그런데 재택을 시행하니 그런 불안감은 안 든다. 되려 맡은 업무에 더 집중도 되고 계속해서 메신저로 업무를 주고받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이틀 정도 됐다. 신랑은 아직 재택근무가 확정되지 않아 출퇴근 중인데 집에서 근무한다고 일을 안하는 건 줄 안다. 나눠 하던 집안일을 은근 미루고 있다” “회사 자체 메신저를 연결하고 안 되는 부분은 화상 통화로 대체한다. 일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통화나 메신저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겠다 싶다” “아무래도 집에 있다 보니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다 집중도가 떨어진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으면 혼자라도 나갈까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재택근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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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울산 확진자 회사 주변 방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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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장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사업장과 공공기관들 대부분은 이미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권고한 기업에서도 직원 개인 판단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는 혼선을 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회적 활동은 물론 개인 간 접촉도 최대한 줄이라고 권고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는 전국 지역 사회 감염 유행의 직전 단계로 지금 막지 못하면 수천 명 단위의 확진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엄 교수는 “회사나 학교 이런 곳에서도 재택근무 또는 본인이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할 때는 병가를 내지 않더라도 다 인정해 주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열이 나는 경우엔 3~4일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증상이 안 좋아지면 1339나 보건소에 연락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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