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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한미, 코로나에 사상첫 3월 연합훈련 연기…합참의장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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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27일 양국 동맹 역사상 처음으로 감염병으로 인한 연합훈련 연기 결정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국가 대비태세의 핵심 난관으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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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 공보실장 피터스 대령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합참 공보실장 김준락 대령.[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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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기존에 계획했던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은 이러한 연기 결정이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완화 계획을 준수하고 지원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상반기 연합연습은 오는 3월 9일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해와 같이 병력이 실제 기동하지 않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이른바 ‘워 게임’ 개념이다.

상반기 CPX가 감염병을 이유로 연기된 건 해당 훈련이 '팀스피리트훈련'이라는 명칭으로 정례화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1976년 6월 처음 등장한 팀스피리트훈련은 다음 해부터 매년 상반기에 실시되다 1994년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2008년 키리졸브 훈련(KR)으로, 2019년 19-1 동맹으로 이름을 바꿨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일시 ‘유예’된 KR과 같이 해당 훈련에 대북 관계가 영향을 미친 적은 있지만, 감염병의 직격탄을 받은 건 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이번 결정을 ‘연기’라고 표현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사실상 ‘취소’에 더 가까운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상반기 CPX가 이후 조정돼 열릴 가능성이 높다면 연기(postpone)가 아닌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신종 코로나 사태의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담겨있다. 연합사는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를 향후 1~2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의 내부 공지를 내렸다. 이미 계획된 미군 당국의 다른 훈련 스케줄을 감안할 경우에도 한 번 연기된 훈련 일정을 다시 잡는 게 쉽지 않다.

한국군과 주한미군 측은 당초 훈련 강행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한국군 당국의 실무자들은 이번 연합연습을 앞두고 예년보다 강도 높은 훈련 계획을 준비해놨다고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 과제 외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플랜B’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에 대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과거 독수리훈련(Foal EagleㆍFE)이 실시되던 때처럼 상반기 CPX와 실기동 훈련(FTX)을 병행하는 방식도 검토대상에 올랐다. 미측도 본토로부터의 예비군 전력과 장비 증원 등 훈련 준비태세를 대부분 해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일 한국군 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고, 23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자 기류가 바뀌었다. 양국은 이날 “박한기 한국 합참의장이 먼저 훈련을 연기할 것을 제안했고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이 현 코로나19 관련 상황의 엄중함에 공감하고 연기하기로 합의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양국 군 당국은 한 공간에 군 관계자가 대거 모여야 하는 CPX의 특성상 집단 감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결정을 놓고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는 올해 하반기 CPX와 연계해 전작권 전환의 두 번째 검증 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야만 2021년에 마지막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마치고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는 게 가능하다. 상반기 CPX 연기가 하반기 CPX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전작권 전환 계획도 늦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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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방대학교를 방문해 미국 국방대 재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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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양국 군 당국은 단독 훈련을 하면서도 연합훈련의 효과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나 지휘통제체계(C4I)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2018년과 2019년 비질런트 에이스로 불리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에서 이미 활용된 바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날 워싱턴 D.C 미 국방대학교에서 “하나의 훈련이나 연습이 취소된다고 군사대비태세가 약화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C4I 체계를 통해 대응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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