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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드론 ‘코로나 방어’에 투입한 중국 ICT…규제 탓, 기술력 있어도 못 써먹는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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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로봇 제조업체 TMiROB에서 만든 소독용 로봇이 병원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이 드론을 띄워 살균제를 살포하고 있다. 각 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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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살균제 살포하는 드론

원격 진료·소독용 로봇 배치

국내는 제도적 뒷받침 안돼

방역 로봇 등 장비 활용 못해

“비상 상황 감안 방법 찾아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은 드론을 활용해 후베이성 바이양호 선착장에서 호수 반대편 마을까지 2㎞를 비행해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전에는 직원들이 보트를 타고 일일이 물건을 옮겼지만 항로가 통제되자 드론을 투입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경우에는 후베이성 주민들에게 헬스케어 플랫폼 ‘알리바바 헬스’를 이용해 무료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질병이 의심될 때 기초 진료가 필요하다 보니 해당 플랫폼에는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접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배송·방역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7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중국 ICT 기업들은 로봇과 드론 등을 투입해 원격 진료, 건강상태 모니터링, 비대면 물품 배송 등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장비 투입이 어려운 가운데 일부에서는 비상사태인 점을 감안해 즉각적인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로봇 제조업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후베이성 우한시에 자사 제품을 앞다퉈 배치하고 있다.

TMiROB는 지능형 소독용 로봇 약 30대를 우한중앙병원을 포함해 6개 병원의 격리 병실과 수술실에 배치했다. 가우시안 로보틱스는 바닥 소독 기능을 갖춘 청결 로봇을 우한훠선산병원 등에 공급했다. 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 역시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살균제 탱크를 싣고 병원 안을 오가며 청소하는 로봇을 우한시에 기증했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드론이 순찰과 방역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드론 제조업체 MMC는 상하이·광저우 등에 드론 100여대를 투입해 감염 위험지역 순찰, 살균제 공중 살포 등을 수행 중이다. 사람을 대신해 위험지역을 비행하며 40배 줌 카메라로 순찰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행인을 발견하면 확성기로 경고한다. 공공장소에 살균제를 공중 살포하는가 하면 적외선 센서를 활용한 원격 체온측정도 하고 있다. 상하이 링지 테크놀로지에서 제작한 자율주행 순찰로봇은 철도역과 쇼핑몰을 오가며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재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는 등 위기 상황이지만 첨단장비 투입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

ICT 활용은 코로나19 위험지역을 방문한 여행객을 추적하고 감염 예방법을 문자로 전송하거나 통신내역 조회로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애당초 원격 진료나 드론 배송 등이 각종 규제에 막혀 활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서 방역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정도는 실전 투입이 가능하지만 정부 차원의 검토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이성용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융합정책팀장은 “드론은 특정 지역에 국한해서만 띄울 수 있고, 원격 진료 등 치료 목적의 기술도 현행법상 활용이 불가능하다”면서 “국내 기술력이 중국보다 부족한 게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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