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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MB 보석취소 재항고, 구속 면한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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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항고’ 해석 땐 재판 집행정지 / 변호인 측 ‘형소법’ 절묘한 이용 / 2심 법정구속 엿새 만에 풀려나 / 법조계선 특혜 여부 놓고 논란

세계일보

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은 ‘칩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 구속된 지 엿새 만에 풀려났지만,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에 그를 자택에서 접견한 한 변호사는 “아직 (석방이) 얼떨떨한 상황이다. 잠을 영 못 주무신다”고 전했다.

27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이 전 대통령의 사저 인근. 경호 인력 10명 남짓이 정문과 주차장 입구, 쪽문 등으로 분산돼 철통 경계를 섰다. 동네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저의 숱한 창문들은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 있었다. 오전 10시40분쯤 주차장에서 까만색 승합차 한 대가 빠져나갔다. 한 경호원은 이에 “(사저에) 수행원 등 여러 사람이 있다.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정오 무렵까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두고 법조계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항소심에서 징역 17년 중형을 선고받으며 보석이 취소돼 재수감됐다. 그러나 불과 엿새 만인 25일,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대법원에 제기한 보석 취소에 대한 재항고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

피고인이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례는 흔치 않다. 더욱이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재판부가 구속집행을 보류한 경우도 이례적이라 참고할 만한 선례가 사실상 전무하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번 구속집행정지의 조건이 자택에 거주하라는 것뿐이지만, 외출 제한 등 종전의 보석 조건이 없어졌는지는 확신이 안 선다”며 일단은 보석 조건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항고한 사안이 구속이 아닌, 보석 취소에 대한 것이라 대법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강 변호사는 부연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의 석방이 법조계에서 그만큼 생경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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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이 전 대통령 측이 재항고의 주요 근거로 들이민 ‘즉시항고’와 관련한 형사소송법이 절묘한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410조 및 제415조 등에 따르면 고등법원 결정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명령 등이 있는 경우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즉시항고를 하면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재항고’를 ‘즉시항고’로 해석해야 한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항고와 관련해 재판 집행 정지를 명시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다만, 이번 결정이 재판부 재량으로 이뤄진 만큼 차후에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취소 결정이 옳은 판단이었냐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재판부는 보석 취소 이유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른 ‘도주 우려’를 들었다. 아울러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명시된 “실형 선고 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측은 그러나 “경호를 받는 전직 대통령은 도주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의 시선은 갈렸다. 한 법원 관계자는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 피고인에 대해 법정 구속하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법정 구속은 재판부가 선고에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마땅한 사유가 없었다면 보석을 유지하는 게 맞았다. 섣부른 결정으로 ‘6일 구속’이라는 촌극을 낳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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