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금융안정에 초점 둔듯
일부 “경제진단 다소 낙관적”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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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낮췄지만 기준금리는 1.25%로 동결했다. 코로나19가 3월에 정점을 이룬 뒤 점차 진정된다는 전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경기 대응보다는 부동산 관련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과거 어느 감염병보다도 충격이 크리라 생각한다”며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한 타격이 1분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2∼3월 실물경제가 크게 둔화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작년 1분기(-0.4%)에 못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도 금리를 동결한 점에 대해선 “코로나19가 장기화하지 않고 3월 중 정점을 이룬 뒤 점차 진정된다는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둘러 금리 인하로 대응하기보다는 경제 영향을 좀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에도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매파적(통화 긴축적)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향후 금리 인하 여부는 코로나19의 장기화 여부를 엄밀히 살펴보며 결정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금리 조정의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 금융안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와 주택시장 과열을 금리 동결 배경으로 지목한 것이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너랄(S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통화정책의 실질적 최우선 목표는 성장률이 아닌 부동산 안정에 맞춰져 있어 공격적 금리인하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격 금리 인하가 되레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를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 동결 쪽으로 기운 요인인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수요·생산 활동의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에 주로 기인한다”고 봤다. 그가 현 단계를 ‘보건안전의 위기’ 상황으로 규정한 것도 심리 위축이 실물경제로 확대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이번에 금리를 1.00%로 내리면 향후 통화정책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기 어려운 이른바 ‘실효하한’의 단계까지 몰리게 된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금통위가 두 달 뒤인 4월인 만큼 임시 회의를 열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엔 “지금 미리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적기에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답변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세가 일시 위축될 것”이라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2%포인트 낮췄다. 다만 감염 사태가 진정된 뒤에는 민간소비와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춘 1.9%로 전망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큰폭 하향 조정했지만, 하반기에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와 상품수출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췄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경제진단이 다소 낙관적이어서 금리 인하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 국면이 2015년 메르스 당시를 넘어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발 충격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 올해 연간 성장률 2%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특단의 대책에 나서고 있는 정부와 정책공조를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타이, 필리핀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이달 들어 기준금리 인하로 코로나19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위원 2명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시장에서는 4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5조원 증액한 것을 보면 금리 인하는 시간문제”라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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