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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고려시대 지방공무원 일하던 관청 터, 나주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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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올해 복암리 유적 조사 작업의 핵심 성과인 2호 건물 터 모습. 터 안팎에서 복암리 일대의 옛 지명인 ‘회진현’ 명문 등을 새긴 기와류와 청자들이 같이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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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800년 전 고려시대 지방공무원들이 근무했던 관청 건물 터가 전남 나주 들녘에서 나왔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소장 유은식)는 나주 다시면 복암리 875-2번지에 있는 복암리 유적에서 최근 10차 발굴 조사를 벌여 11~13세기 고려시대 지방관청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 터를 처음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영산강 유역에 자리한 복암리 유적은 선사시대부터 마한과 백제, 고려시대에 이르는 집 터와 생활 흔적, 옛 무덤들이 들어찬 곳이다. 지난 2006년부터 복암리 유적을 발굴해온 연구소 쪽은 지난해 조사에서 이 지역을 일컬었던 고려시대 행정지명 ‘회진현’이 들어간 ‘會津縣官草’(회진현관초)란 한문을 새긴 고려시대 기와를 발견하고, 이 기와들을 써서 지은 관청 터를 찾는 작업을 벌여왔는데, 1년여 만에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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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세기 고려시대 관청 건물 추정 터가 확인된 올해 복암리 유적 발굴 현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2호 건물 터를 중심으로 3동 이상의 건물 터 흔적이 확인됐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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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내용을 담은 연구소 자료를 보면, 건물 터 흔적은 3동 이상 확인됐다. 터 여기저기에서 굵고 깊은 줄무늬(태선문)를 새긴 기와 조각들이 1천점 이상 무더기로 나왔다. 아래 굽이 둥글고 두툼한 햇무리 모양을 한 11세기께 해무리굽 청자 조각들을 비롯해 12~13세기 풀꽃 무늬 새김 순청자와 국화 무늬 상감청자 등이 출토돼, 12세기를 중심 시기로 신라 말부터 고려 중기까지 쓴 건물들로 추정된다.



핵심인 2호 건물 터는 평평하게 고른 땅 위에 건물 기둥을 받치는 돌인 적심과 초석을 놓은 얼개다. 남은 모양새로 보면 정면 10칸, 측면 2칸의 크기로, 길이는 약 20m에 이른다. 또 2·3호 건물 터 안팎에서는 지난해 나온 ‘회진현관초’ 명문 기와 조각이 다시 나왔고 ‘표명’이란 이름의 장인이 기와 제작과 검수를 끝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大匠䁃明’(대장표명) 등 한문을 새긴 새 명문 기와 조각들도 출토됐다. 출토 기와들은 관청 자재용 물품들로 보이는데, 복암리 일대 지역을 관할하는 관청 구역의 일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조사를 맡았던 정대홍 연구사는 “복암리 유적서 5㎞ 떨어진 나주시 사명동에서 ‘영산창’이라고 불렸던 조선시대 관청 터가 과거에 조사된 바 있지만, 이런 규모의 고려시대 관청 터가 나주에서 출현한 것은 처음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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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관청 자리로 추정하는 2·3호 건물 터 안팎에서 나온 고려시대 명문 기와의 일부. 이 지역의 옛 지명 회진현의 관청임을 뜻하는 ‘會津縣官草’(회진현관초)란 한문을 새겨놓았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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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암리 유적의 서쪽에서 본 3호 건물 터와 기단시설 터의 모습.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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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발굴 조사 구역 남쪽 외곽에는 돌 부재들을 2단으로 쌓고 기와를 놓은 시설도 드러났다. 조사된 건물 터보다 더 높은 곳에 건물을 설치하기 위한 기단으로 추정돼 관청 터 주변에 더 많은 건물들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삼국사기’를 보면 복암리 일대의 옛 지명 ‘회진현’은 8세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처음 나타나 고려시대까지 쓰였다. 연구소 쪽은 “복암리 일대는 교역로였던 영산강 들머리에 있어 당대 지역 중심지 구실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뚜렷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아 실체가 불분명했던 옛 회진현의 주요 관청 건물지를 확인함으로써 고려시대 영산강 유역 생활문화의 단면들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6일 오후 2시 발굴 현장에서 조사 성과를 내보이는 설명회가 열린다. 문의 (061)339-112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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