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비상식량으로 여겨 위기때 마다 사재기 대상
분식 장려 위해 삼양이 일본라면 개선해 출시가 효시
오일쇼크, 김일성 사망, 메르스 사태 때 수요 급증
지난 24일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경기 의정부점의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매대가 텅 빈 이마트 대구 감삼점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대구 시민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라면 등 생필품 사재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그만큼 대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비상식량의 대명사인 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의정부점 역시 지난 24일 라면 공급이 달리자 회원 1인당 하루 2상자로 제한 판매에 나섰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대표 라면기업인 농심의 물류창고가 텅 비어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라면은 비상식량으로서 많이 이용해 국가 위기 상황에 사재기의 대상이 되곤 했다. 라면은 밥을 짓는데 비해 화력이 적게 들 뿐 아니라 조리도 간편하고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유통기한이 5개월 밖에 되지 않지만 최근 전시상황이나 자연재해 등도 3달 안에 종식이 되기 때문에 유통기한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삼양라면 제품(사진=삼양) |
라면은 1960년대부터 생산에 들어간 삼양라면이 원조로 꼽힌다. 당시 고(故) 전중융 회장은 일본 라면을 비슷하게 본따 판매했으나 실패했고 “한국 사람은 매운 것을 좋아한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의견을 일부 수렴해 고춧가루를 첨가한 라면을 출시했다.
사실 라면은 쌀 소비를 줄이고 분식을 장려하는 정책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제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쌀 소비 감량의 주요 대상이었던 서민들이 접하기에 라면 값이 비쌌다는 것이다. 발매 당시 물가 기준으로 라면 두 봉지의 가격과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비슷했다. 현재로 환산하자면 라면 한 봉지 당 2500~3000원 수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며 주요 라면 기업들이 들어섰고 라면 값도 낮아지며 서민음식으로 등극하게 된다.
우리나라 라면 사재기의 역사는 1차 오일 쇼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3년 11월 8일 정부는 ‘에너지 소비절약 1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2.8달러이던 유가가 11달러로 뛰었다. 당시 중화학공업 발전에 힘을 싣던 우리나라로서는 타격이 적지 않았다. 당시 국민들은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라면, 휴지 등 생필품을 사재기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장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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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도 국민들 사이에서 라면 등 생필품 사재기가 발생했다. 그 해 7월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일성이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둔 시점이에서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당시 국내 언론과 외신이 북한 내부 쿠데타 가능성, 우리나라와의 전쟁 가능성 등을 언급하자 위기 의식이 고조됐고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돌입했다. 당시 상황은 tvN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도 묘사된다.
전쟁 위기 다음으로 사재기를 촉발시킨 것은 질병이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가 번지며 국내에서만 186명이 감염되고 39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추세라 이커머스를 통한 생필품 사재기가 본격화 됐다. G마켓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라면, 컵라면 등 판매액은 직전 일주일 대비 39%, 즉석밥과 즉석국 등 즉석조리식품 판매는 26% 증가했다.
다만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라면 등의 수요가 늘어났을 지언정 재고가 달리는 사재기 현상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SNS 상에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사진은 매대에 상품이 진열되기 전 사진”이라며 “라면, 햇반 등 이른 바 비상식량으로 분류되는 식료품들의 매출이 35~50%까지 늘긴 했지만 재고가 부족할 정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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