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줄면서 질환 잘 걸려
심혈관에 병 나도 가슴 통증 없어
골밀도 검사로 뼈 상태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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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분비하는 난소가 노화한 것이다. 여성은 50세 전후에 폐경에 이른다. 이땐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해 예기치 않은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 그동안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던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혈관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주부 김모(55)씨는 젊을 때 51~52㎏의 체중을 유지했고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 51세에 폐경을 맞은 후부터 체중이 늘어 지금은 65㎏ 정도다. 동시에 혈압이 오르기 시작해 2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그는 “폐경을 거치며 전에 없던 만성질환이 생긴 친구가 꽤 많다”고 했다.
혈관 나빠져 고혈압·고지혈증 발병 급증
여성호르몬이 줄면 심혈관계를 둘러싼 호르몬 환경이 남성과 비슷해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8)에 따르면 40~49세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11.9%로 남성(29%)보다 낮았으나, 60~69세가 되면 44.6%로 급증하고 70세가 넘으면 73.7%로 남성(65.2%)을 앞지른다. 내장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고 혈관 세포 기능을 보호하는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고지혈증 발병도 는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신미승 교수는 “동맥경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혈관 건강이 악화한다”며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심혈관 질환이 생겨도 남성처럼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상복부 답답함 ▶피로감 ▶가슴 두근거림을 많이 호소한다.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피로로 여기다 병을 키우기 쉽다. 신 교수는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이 늦어져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 어느 순간 혈관이 막히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돌연사가 남성의 문제만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폐경과 함께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을 동반한 여성은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므로 평소에 가슴 X선 촬영,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면 추가 정밀 검사에 나서야 한다.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한 호르몬 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저지방식·운동을 실천하고 고혈압·당뇨병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 발생 위험을 낮춰야 한다. 폐경 전후 여성에게 나타나는 우울감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신 교수는 “고칼로리·고당식 섭취, 복부 지방 증가, 고지혈증 발생 등 부정적인 연쇄 효과가 일어나 심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회활동을 늘리고 취미활동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환자의 95%가 50세 이상 여성
폐경기엔 뼈 건강도 문제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뼈를 흡수하는 파골세포의 활성도가 증가함에 따라 골 대사에 영향을 끼쳐 골량이 급격히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골밀도가 낮은 여성은 폐경 직후 골다공증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골다공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 약 102만 명 중 50세 이상 여성이 95%를 차지한다.
골다공증은 뼈 안에 골량이 감소해 뼈가 약해진 상태다.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어 나이 들수록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증상이 딱히 없어 골다공증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폐경기 여성은 골밀도 검사를 받아 뼈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골 소실은 마지막 월경 약 1년 전부터 급속히 진행한다. 이때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골 소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엔 칼슘이 풍부한 식품(유제품, 녹황색 채소, 두부, 멸치, 해조류)을 하루 2~3회 섭취하고 소금을 적게 먹으며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생선을 채소와 함께 먹어 뼈 건강을 챙겨야 한다. 특히 이른 나이에 폐경이 된 여성은 운동이 필수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훈 교수는 “폐경을 앞둔 40세 이상 여성은 걷기·등산과 함께 스쿼트와 같은 근육운동을 병행해 골다공증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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