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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트럼프 “위험국가서 입국시 의료검사”… 입국금지 임박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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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두 번째 사망자… 탑승 전 검사 이어 검역 또 강화

아마존서 마스크 가격 3배 이상 폭등하며 사재기 대란 조짐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고위험 국가 및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출국 시에 더해 미국 입국 후에도 의료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미국행 항공편 카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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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면서 한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특정 지역(대구)에 국한한 ‘여행금지’가 최고 수위 제한 조치이나, 사망ㆍ확진자가 속출하고 관련 당국이 검역 수위를 점차 높이는 등 추가 단계 임박을 알리는 징후가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이대로 악화하면 우리에게도 곧 중국에 내린 ‘입국 제한(금지)’과 같은 최악의 조치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코로나19 고위험 국가나 이들 국가 내 지역에서 오는 여행자들은 탑승 전에 의료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더해, 미국 도착 시에도 의료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입국시에 이중 의료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다분히 한국과 이탈리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전날 미 국무부는 한국의 대구 및 이탈리아 롬바르디아ㆍ베네토주를 지목해 최고 등급(4단계)인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이틀 간 조치를 종합하면 자국민의 출국에 더해 미 입국을 일정 부분 까다롭게 하는 등 검역을 한층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미 행정부는 아직까지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미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총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ㆍ이탈리아의 발병은 특정 지역에 국한돼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입국을 전면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건은 한미 양국의 향후 코로나19 진행 양상이다. 흐름은 좋지 않다. 지난달 29일에만 미 워싱턴주에서 두 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이어 나왔다. 둘 다 커클랜드시의 같은 요양시설에서 치료를 받던 남성(50ㆍ70대)으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히 진행됐음을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도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주말 사이 진단키트 1만5,000여개를 발송했다”고 해명했지만 부실한 진단을 비난하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진단이 가능한 실험실이 12곳에 불과한 데다 진단키트는 조금씩, 느리게 보급돼 정부가 광범위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상에선 한국의 ‘마스크 대란’이 재연될 조짐도 엿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N95 마스크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했다고 전했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트위터에 “제발 여러분, 마스크 좀 그만 사시라. 의료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가 위험에 빠진다”라는 글을 올리며 사재기 자제를 촉구했다.

미 고위당국자들의 발언 역시 추가 조치 가능성을 향하고 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이날 “한국과 이탈리아는 매우 발달한 공공보건과 의료시스템 등을 갖췄다”라며 현 수준의 대응을 칭찬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말이 걸린다. 특히 에이자 장관은 중국ㆍ이란에 적용 중인‘미국이민법(INA) 212조’를 거론해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에 대비한 구체적 논리를 일찌감치 갖춘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모든 정책 방향을 선거 유ㆍ불리에 근거해 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다. 한국 및 미국의 상황 악화란 내ㆍ외부 요인 중 어느 하나라도 표심에 악재가 되면 한국 전역에 대한 여행금지, 나아가 입국제한 등 고강도 카드를 언제든 꺼내 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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