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같은 바닷물이라도 표층수와 심층수는 다르다?[과학을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우리나라 동해에서 취수하는 해양심층수는 대양을 순환하는 해양심층수의 일부로 판단해도 될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바닷물은 흔한 존재입니다. 도심과 접한 항구의 오염된 바다는 푸른별 지구에 대한 환상마저 깨트립니다.


그런데 이런 오염된 바닷물과 달리 깊은 바다 속에서 길어올린 물, 즉 '해양심층수'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같은 바닷물이라도 깊은 바다에서 길어올린 물은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요?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깊이 200m 이상인 깊은 바다 속에 존재하는 바닷물을 일컫습니다. 그렇다면, 지구를 둘러싼 바닷물 가운데 해수면에서 200m 이상 깊은 곳에 있는 바닷물은 모두 해양심층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계산하면 지구 바닷물의 약 92.5% 정도는 해양심층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 속 200m 이상의 깊이에 있는 바닷물이라고 모두 해양심층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해수면 가까이에서 강수, 풍랑, 증발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바닷물은 '표층수'라고 합니다. 200m 이상의 깊은 바닷물 중에서도 순환하는 바닷물을 해양심층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양심층수는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등 전 세계를 순환하는 바닷물이 북대서양의 그린란드나 남극 웨델해의 차가운 빙하해역을 만나면서 생성된다고 합니다. 엄격히 따지면 해양심층수는 그린란드에서 발원해 2000년을 주기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순환하는 해수자원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지구 전체를 순환하고 있는 바닷물이 그린란드의 빙하 지역에 도착하면 매우 차가워져 비중이 아주 커지게 되고, 비중이 커진 바닷물이 수심 200m 아래로 내려가 온도가 2℃ 정도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라앉은 바닷물은 고온, 고염분을 지닌 표층수와는 밀도 차이가 커서 서로 섞이지 않고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경계를 유지하며 층을 형성하고, 무려 2000년에 걸쳐 지구의 바다를 순환합니다. 이 물이 바로 해양심층수입니다.


2℃ 이하 차가운 온도와 깊은 수심 덕분에 유기물이나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아 깨끗하고 미네랄과 영양염류도 풍부합니다. 200m 이하 깊이의 얕은 바닷물은 광합성 작용으로 유기물이 번식하고, 공기와 육지의 오염 물질들이 쉽게 유입되지만 깊은 바다 속으로는 내려가지 못해 해양심층수는 풍부한 미네랄 등을 안고 있으면서도 깨끗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해양심층수는 저온 안정성, 질소나 인, 규소 등 무기영양 염류가 풍부한 부영양성, 청정성, 고압의 바다 속에서 오랜 기간 형성된 숙성성 등의 특징을 가졌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동해 일부에서만 취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국내 해양심층수 업체들이 주장하는 동해의 해양심층수 벨트 [그림=(주)글로벌심층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양심층수는 수산자원의 양을 증대·관리하기 위한 증식과 양식, 해양심층수의 저온성과 온도차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로 이용하거나 식수·식품·미용·제약 분야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소중한 재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부영양성을 이용한 농산물의 생산성 증대와 유기농 작물재배 등에도 이용됩니다.


특히 화장품 제작에 많이 사용되는데 일부 과학자가 해양심층수는 어머니 뱃속의 양수와 가장 유사한 미네랄 밸런스를 가진 물이라고 발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모두 8곳에서 해양심층수를 취수합니다. 고성군 오호와 속초시 외옹치, 양양군 원포, 강릉시 정동진, 동해시 추암, 삼척시 증산, 울릉군 태하, 울릉군 현포 등입니다.


다만, 동해의 해양심층수는 대양의 해양심층수 벨트에서 벗어나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해양심층수가 아니다는 논란도 존재합니다. 동해로 해류가 통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한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한해협의 가장 깊은 수심이 227m 정도라고 합니다. 가장 깊은 곳이 그 정도이니 나머지 수심은 그에 미치지 못해 엄밀하게는 해양심층수가 아니라는 주장이지요.


결국 동해의 해양심층수는 2000년에 걸쳐 서서히 지구의 대양을 순환하는 해양심층수의 일부라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평균 수심 1000m를 넘는 깊은 동해바다 속이야말로 저온·고압·부영양성 등 대양 심층수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한 해양심층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