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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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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쑤는 TV·냉장고, 날개 단 의류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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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 가전 매장. 스마트폰·노트북·TV·냉장고부터 무선이어폰·마우스·게이밍키보드 등 각종 가전제품과 IT 기기를 파는 이곳은 평일인 것을 감안해도 예전보다 한적했다. 직원은 10여 명이지만 매장을 둘러보는 사람은 대여섯에 불과했다. 그나마 무선 스피커 등 소형 IT 제품 코너에만 사람이 있었고, TV·냉장고 코너 등은 썰렁했다. 한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가전제품 판매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감염 우려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판매를 진행하던 TV와 백색 가전은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살균 기능이 탑재된 의류관리기와 건조기 등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매장 방문객 급감으로 판매 저조

보통 2~3월은 신학기와 결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 혼수 수요, 에어컨·TV 신제품 출시에 따른 '봄철 특수'가 있는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특수가 사라졌다. 우한 코로나로 유동 인구가 줄면서 가전제품 판매가 예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가격이 수백만원 이상이라 소비자들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내방객이 전년보다 30% 줄었다"며 "그만큼 판매도 저조하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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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TV가 타격이 크다. TV는 소비자가 화질이 내 눈에 어떤지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대표적 제품이다. IHS마킷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1분기 내에 종식될 경우 전 세계 TV 판매가 작년보다 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2분기에 종식될 경우 2분기에도 전년 대비 1%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판매 촉진을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을 할 상황도 아니다. 우한 코로나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TV에 들어가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2월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 1월보다 9% 오른 111달러였다. 그만큼 TV 제조원가도 상승했다. TV 업체 관계자는 "TV 살 돈으로 마스크를 살 상황이 되면서 구매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수요는 줄고, 제조원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우한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2분기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LG전자는 오는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컸다. 대형 스포츠 행사는 TV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 삼성과 LG는 올림픽을 통해 8K(초고화질) 콘텐츠가 늘어나며 8K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봤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일본의 NHK는 전 종목을 8K로 생중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로 올림픽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했던 수요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살균 기능 의류관리기 호조

반면 살균 기능이 탑재된 의류관리기나 건조기 등의 가전제품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가전제품에 있는 살균 기능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불안감에 이러한 기능이 탑재된 가전들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2월 의류관리기인 '에어드레서'의 판매량이 80% 증가했다.

LG전자는 "의류관리기·건조기 등 위생 관련 가전들은 우한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빠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었다"며 "최근엔 스팀 살균 등 위생 관리에 도움이 되는 가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이 가전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 가전업체들은 올해 건조기의 예상 판매량이 작년(150만대)보다 늘어난 2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의류관리기도 작년보다 15만대 늘어난 6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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