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이달 초 50달러대에서 최근 3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WTI는 지난 10일 장중 배럴당 27.3달러까지 떨어지며 2016년 2월(26달러)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WTI는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추가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극지(極地)용 드릴십/조선일보DB |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드릴십 수주가 줄고, 기존에 수주한 드릴십 계약 취소나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5척의 드릴십 잔고를 보유 중이다. 1척당 평균계약가는 5억2000만달러지만 현재 장부가는 3억 달러로 낮아졌다. 재매각 시점이 늦어지면 드릴십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 전망도 어두워졌다. 해양시추업체들은 2012~2013년 고유가 시절 대규모 발주를 단행했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보유 현금 감소, 부채 증가로 투자가 위축됐다. 지난해 유가가 50~60달러선에 머물 때도 조선 3사 중 삼성중공업만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해양프로젝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기대를 낮추고 있다. 클락슨 플라토 증권은 "해양프로젝트 규모가 지난해 1350억달러에서 올해 1470억달러로 늘어나며 6년 내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와 내년 해양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이 늘고 산업 전반에 온기가 돌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와 유가 급락으로 해양 개발 사업들의 승인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의 한계선박 폐선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상승 시기에는 연료비 부담이 커서 폐선이 늘어나는 반면, 저유가 시기에는 폐선시점을 미룰 가능성이 커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영향으로 폐선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사들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90달러 이상이었던 2011~2014년의 평균 폐선 댓수는 727척이었으나 2017~2019년에는 359척에 그쳤다"며 "올해도 유가 하락 시 폐선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이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대형 LNG선 발주가 예상대로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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