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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코로나發 환율전쟁 재점화되나…2008년 금융위기 닮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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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잇따라 유동성 공급 대책 내놔

美제로금리·中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

한은도 금리인하 확실시

환율전쟁시 신흥국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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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정현진 기자,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 환율전쟁을 소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국이 코로나19 경제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는데, 이 대책이 결과적으로는 통화약세 경쟁을 촉발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양상이다.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환율 등락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환율전쟁이 불거지면 국제자본이 급히 들어왔다 빠지며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선 한국은행도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2일 외환시장 주요 관계자들은 "미국이 의도한 바와 관계없이 환율전쟁과 같은 양상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50bp(1bp=0.01%포인트)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했는데 이후 약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달러화는 지속적으로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0일에만 해도 99.86을 기록하며 100선을 위협하던 달하던 달러인덱스는 최근 96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9일에는 94.895까지 떨어졌다.


반면 주요국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약달러 기조가 시작된 지난달 20일 112.10을 기록하던 달러엔 환율은 전날 104.54까지 떨어졌다. 엔화가치가 약 6.74% 절상된 것이다. 스위스프랑 가치는 4.63% 올랐고 중국 역외 위안화 가치 역시 1.10% 상승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코로나19가 번진 1월 이후엔 올랐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후에는 1200원대에서 1185원 수준으로 환율이 15원 가까이 하락(원화가치 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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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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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로금리 가능성에 주요국 경쟁적 돈풀기= 영국중앙은행(BoE)은 1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유보금 형태로 중앙은행에 쌓아두는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도 1%에서 0%로 낮췄다. 영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한 것은 미국ㆍ캐나다와 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Fed가 금리를 인하한 다음날 뒤따라 기준금리를 1.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12일 금융정책회의를 진행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현행 -0.5%인 예금금리를 소폭 인하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Fed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한도를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 다시 1500억달러에서 1750억달러로 확대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은행들의 준비금을 충분히 유지하고 금융시장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유동성완화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것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 세계가 금리인하로 공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제로금리까지 갈 수 있는 여력이 한참 더 남았다는 점이다. ECB와 일본은행(BOJ)은 이미 기준금리가 0%와 마이너스(-)0.10%다. 결국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가 바닥에 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실효성을 위해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환경에 처한 셈이다. BOJ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이 대표적이다. 이미 경기침체가 진전돼 있어 선진국들이 자산매입을 공격적으로 단행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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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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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도 동참 가능성…韓 등 신흥국 타격= 코로나19로 잠잠했던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르면 이번주 시중에 유동성 공급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0일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 내용을 전하며 상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 자금조달 비용 인하 관련 정책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업무와 관련된 기업들이 조속히 조업 재개를 할 수 있도록 8000억위안 규모의 특별, 할인 융자를 이미 배정 완료했다고도 전했다.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기업활동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 촉구가 언급된 만큼 전문가들은 조만간 인민은행이 추가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는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인하 촉구가 직접적으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인민은행의 은행 지준율 발표 임박을 알리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중국 잉다증권의 리다샤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무원 상무회의 직후 인민은행이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앞으로 며칠 안에 지준율 인하 발표가 나올텐데 빠르면 이번주 안에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내놓을 수 있는 은행 지준율 인하폭을 50bp~100bp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시중에 3000억~7000억위안의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환율전쟁 양상이 나타난다면 한국과 신흥국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론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에 불리한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환율 변동성 증가와 시장불안도 문제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전쟁으로 유동성이 늘어나고, 자본유출입 속도가 빨라지면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미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위기 전에 미리 글로벌 공조체계를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화약세 경쟁→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정→다시 선진국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Fed의 시장 안정책'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Fed가 한국과 중국, 대만, 홍콩, 호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말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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