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념 예배 성대하게 열어…지난해엔 잠실체육관 2만 명 결집
신천지 "창립 행사 취소, 집회·모임 일절 금지하겠다" 재차 강조
시민들 사이에선 "몰래 소규모 행사 여는 것 아니냐" 불안감 고조
신천지 前 교인들도 "지역 곳곳 소규모 모임·위장단체 행사" 우려
"5000명이 쏟아집니다. 창립일 모임 막아야 합니다."
"2주 안에 신천지 못 막으면 큰일 납니다."
이달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우한 코로나(코로나 19) 관련, 이른바 ‘신천지 사태’를 2주내에 막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들이 쏟아졌다. 매년 3월 14일 신천지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인 창립 기념 예배가 열리면서, 신천지 대구교회 이후 또 다른 ‘수퍼 감염지’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예배에서는 교인 2만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2019년 3월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5주년 신천지 창립 기념 예배의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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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창립행사는 물론,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모든 예배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집회와 모임을 일절 진행하지 않겠다"며 "대구‧경북 성도들의 자가격리 해제를 앞두고 일체의 모임, 집회금지, 집단시설 사용금지, 시와구청, 경찰의 협조를 공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시사항을 어길 시 교회차원에서 징계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천지 측은 당초 매년 열어오던 창립 기념 예배 행사를 오는 14일에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천지가 국내 우한 코로나 최대 집단감염 사례로 꼽히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올해 36주년 기념 예배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2일 대구 시내 신천지 신도들의 자가격리가 해제되고, 소모임 등 비밀모임이 이어질 경우, 추가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구시와 방역당국도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3월 14일’ 내부 결속 다지는 날…지난해 잠실체육관서 열린 행사엔 2만 신도 빼곡
신천지는 1984년 3월 14일 이만희 총회장이 창립한 신흥 종교다. 신천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교세가 급성장했는데, 2007년 4만여 명 수준이던 신도 수는 7년만인 2014년 14만 명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2015년 17만 명을 기록한 신도 수는 2018년 20만 명, 지난해 23만 명을 기록하는 등 지속해서 증가했다.
교세가 커지는 만큼 신천지는 매년 3월 14일 ‘신천지 창립 기념 예배’라 불리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며 창립일을 기념해왔다. 특히 2018년과 지난해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대관해 창립 34·35주년 기념 예배를 성대하게 열었다. 당시 예배에는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12지파장과 사역자, 성도 2만여 명이 참석했고, 유튜브 등을 통해 예배가 생중계되기도 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신도들은 전국 12지파를 상징하는 12개 색깔의 한복을 차려입고 잠실체육관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3월 14일은 신천지 신도들에게 단순한 창립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특별한 날’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윤재덕 종말론연구소 소장은 "신천지 교인들이 믿고 있는 ‘실상 교리’란 것에는 이만희씨의 일대기이자 신천지 창립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여기에 3월 14일이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한다"며 "신천지 교리를 열심히 공부해 온 교인들에게 그날을 기념하는 것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세계관을 내면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내외적으로 ‘우리 교세가 이렇게 커졌다’고 과시하면서 내부 단결의 계기로 삼는다"고도 했다.
신천지 신도들의 예배 모습. 수백명에 이르는 교인들이 밀폐된 공간에 모여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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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해제 교인 5000여 명, 대구시가 관리·감독한다는데…시민들 불안감은 고조
창립일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0시 대구 시내 신천지 교인들의 자가격리 조치가 속속 해제되기 시작되면서 경계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신천지 신도 1만458명을 최대 24일간 자가격리 조치한 바 있다. 이중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신도 5647명이 12일 0시를 기준으로 모두 격리가 해제돼 집 밖으로 나오게 됐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일부 신천지 신도들이 여전히 소규모로 모여 예배를 보거나, 은밀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 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58)씨는 "14일이 신천지에 특별한 날이니 집에만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서 간간이 돈다"면서 "너무 두렵고, 불안해 죽겠다"고 했다. 대구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최근 들어 "14일 전후 조심들 하라" "신천지 격리해제자들 제발 집에 일주일만 더 있어 달라" "소리소문없이 다 모일 것 같다" "화이트데이가 아니라 신천지인들 대량 방출일" 등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12일 오전 경찰이 대구 남구에 위치한 신천지교회(대구교회)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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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탈출 교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연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대표는 "창립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임을 열어 이날을 기념하는 만큼, 올해도 지역 곳곳에서 소규모로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면서 "더욱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국제청년평화그룹(IPYG) 등 위장 단체가 신천지 색을 숨기고 모여 행사를 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모든 집회와 모임을 일절 금지했고, 시가 파악한 신천지 관련 시설들에 대한 폐쇄 조치를 2주 더 연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창립일 관련 어떠한 모임이라도 발견되는 즉시 강력하게 엄벌할 예정"이라며 "경찰과 협조하면서,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 누적 확진자 5928명 중 신천지 교인은 4237명이다. 10명 중 7명꼴이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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