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연대, 사기·노동착취 유인죄로 이만희 고소·고발
1월 신천지 탈퇴자들, 민사소송서 ‘포교방식 위법’ 승소
1994년 영생교 교주 ‘종교 행위 빙자 재산 편취’ 실형
법조계 “거짓 교리 알면서 헌금 착취 입증도 쉽지 않아”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 1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고발하고 피해자 보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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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 대한 사기죄 처벌은 가능할까. 신천지 탈퇴자들이 최근 종교 사기죄로 이 총회장을 고소·고발했다. 신천지의 전도 행위뿐만 아니라 금전·노동력 착취가 ‘종교 행위를 빙자한 기망 행위’로 인정될지 여부가 사법처리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지난 12일 이 총회장을 종교 사기, 노동력 착취 유인죄 등으로 청와대에 고소·고발했다. 이 사건은 조만간 대검찰청에 이첩돼 수사청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소·고발에는 신천지에 전도돼 가출한 여성 2명의 아버지와 신천지에서 탈퇴한 4명이 공동 참여했다. 신천지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들이 ‘종교 사기를 당했다’고 조직적으로 형사고소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1인당 최소 600여만~2000여만원의 헌금과 약 1억원 상당의 노동력 착취를 구체적 피해 규모로 산정했다.
피해자 측은 신천지의 ‘종교 사기’ 혐의를 수사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소장에는 신천지에서 전도자 역할을 맡았다 탈퇴한 ㄱ씨와 ㄱ씨에게 전도된 피전도자 ㄴ씨가 공동 고소인으로 들어갔다. 신천지피해자연대 측 홍종갑 변호사는 “그간 검찰에서 각하된 사건들은 당사자가 아닌 가족 등 제3자가 나서서 고발하면서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며 “이번에는 신천지 ‘모략’ 전도의 내부 지휘 방식 등을 고소인 조사에서 규명할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1월 신천지 탈퇴자들이 제기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천지 전도 방식의 위법성이 인정된 점도 좋은 신호로 본다. 당시 법원은 신천지가 아닌 것처럼 위장해 접근하는 조직적 전도 방식을 “종교의 자유를 넘어서 우리 헌법과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이비 교주의 사기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 1994년 당시 서울형사지법은 신도 4명에게 1인당 1000만~3억원 상당의 부동산 및 현금을 편취한 ‘영생교’ 교주 조모씨에 대해 “종교 행위를 빙자한 행위로서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과 법원은 재산을 바쳐야 영생이 가능하다는 설교 행위 등을 기망 근거로 봤다.
법조계에서는 신천지를 범죄단체로 정의해 사기죄를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사법기관이 헌법을 무시한 채 교리 진위를 따져가며 특정 종교의 이단 여부나 범죄단체 여부를 가린 경우는 없다. 이 총회장 등 신천지 지도부가 거짓 교리임을 알면서 피해자들에게 헌금을 착취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신천지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헌금 피해 액수도 사기죄가 인정된 영생교에 비하면 적다. 사기보다 위법적 전도 방식으로 노동력을 착취한 영리목적 유인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고소인 중에는 헌신 강요로 교사, 간호사직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헌금은 보통 종교적 확신, 신념이 전제된다. 전도 방식이 위법하고 종교적 신념이 착오에 의한 것이라도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며 “만약 신도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으려 할 때 불이익을 주거나 협박한 것이 밝혀지면 강요죄나 특수공갈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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