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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텔레그램 n번방’ 수사 피해 망명? 디스코드 들어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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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널린 불법 음란물 공유 대화방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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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의 전말이 경찰 수사로 밝혀지고 있지만 다른 온라인 메신저에서는 여전히 제2, 제3의 n번방이 성행하고 있다. 수만명이 참여하는 이들 메신저에서는 경찰의 눈을 피해 텔레그램으로부터 ‘망명’한 이들이 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고 있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접속해본 게임전용 모바일 메신저 ‘디스코드’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과 유사한 불법 음란물 공유 대화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화방 검색창에 ‘korea(한국)’ 등 단순한 단어만 입력해도 ‘OO야동방’ 같은 이름의 음란물 공유 대화방이 줄지어 검색됐다.

이 중엔 2만6,000여명의 사용자가 등록된 A야동방도 있었다. 매일 100개 정도의 불법 음란물이 게시되는 대화방으로, 업로드 권한을 가진 대화방 운영진만 영상을 올린다. ‘김본좌’라는 닉네임을 쓰는 인물이 집중적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다.
한국일보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n번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또 다른 모바일 메신저인 디스코드 사용자가 지난 14~19일 실시간 음란물 방송에 대해 공지한 내용. 디스코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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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전날 구속된 조모(아이디 ‘박사’)씨는 2018년 12월부터 70여명의 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ㆍ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청소년도 상당수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지만 디스코드 대화방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이용자는 운영진을 향해 청소년 음란물로 추정되는 영상을 올려줄 것을 공공연히 요구했고 “(n번방 운영자) 박사가 붙잡혔지만 영상 공유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운영진 역시 경찰 단속을 의식한 듯 ‘청소년 음란물 및 지인 합성글 게시 금지’ 등 공지를 띄웠지만 이를 위반한 영상이 올라와도 삭제하지 않았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단체 ‘Project ReSET’(Reporting Sexual Exploitation in Telegramㆍ리셋)이 이날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기준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범죄 서버(대화방)는 112곳에 달한다. 이 서버들을 이용한 가해자는 3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이 디스코드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힌 후 하루 만에 11만명의 이용자가 서버를 빠져나가 증거가 인멸된 상태라고 리셋 측은 밝혔다.

경찰은 디스코드뿐 아니라 네이버 계열 메신저 라인 등에서도 n번방 동종범죄가 자행되고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가 있는 메신저 업체에 대해서도 국제공조 등을 통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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