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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격전지를 가다]서울 관악을…'靑수석' 정태호 vs '현역일꾼' 오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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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재보선, 20대 총선 이어 관악을서만 세 번째 맞대결

관악구 38년 거주한 정태호, 관악에서 초·중·고 졸업한 오신환

뉴스1

4.15 총선 관악구을 지역에 출마하는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왼쪽 사진)과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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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김승준 기자 = 4년마다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 그것도 같은 지역구에서 세 번째 맞붙는 후보들이 있다.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과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다.

이들이 또 다시 대결을 펼치는 관악구을은 서울에서도 진보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지역 특성만 놓고 보면 통합당 예비후보로 나서는 오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정 전 수석에게 도전하는 입장이어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2015년 재보궐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쪽은 오 의원이다. 이전까지 민주당 계열이 관악을 의석을 가져갔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야권 후보간의 단일화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당시 오 의원의 득표율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4년 전과 달리 이번 관악을 총선이 민주당, 통합당 양당의 대결 구도로 펼쳐진다는 점은 정 전 수석에게 분명 호재다. 선거 공학적 계산 없이 오직 정당과 공약만으로 주민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오 의원이 현역으로서 지역 주민에게 쌓아온 신뢰는, 관악을이 진보색이 짙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두 후보의 세 번째 맞대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20일 두 예비후보의 격전이 펼쳐지는 서울 관악구을에서 뉴스1이 만난 시민들도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관악구에서만 50년을 거주했다는 한모씨(84·여)는 "그동안 오 의원이 이것저것 해 놓은 것이 많아 평가가 좋다"면서도 "이번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난곡동에서 약국을 하는 70대 남성도 "예전처럼 (진보진영의) 다른 당에서 후보가 나오면 정 전 수석의 당선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양당 구도로 선거가 펼쳐지면 결과는 까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수석과 오 의원 모두 관악을과 인연이 깊다. 오 의원은 관악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다. 그의 정치 인생 또한 관악에서 시작됐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정 전 수석 또한 관악구에서만 38년을 거주했다. 관악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지역 주민들에게 6년에 걸친 이 둘의 대결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다.

오 의원에 맞서 세 번째 도전을 하는 정 전 수석은 이날 출근인사지로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선택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를 입은 정 전 수석은 잰걸음으로 출근에 나서는 주민들을 향해 연신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시간에 쫓기는터라 예비후보들의 출근길 인사에 인색하기 마련이지만 지역 토박이나 다름없는 정 전 수석에게 주먹 악수를 청하며 응원하는 주민도 여럿 보였다.

정 전 수석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코로나19 우리함께 이겨내요'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쓰여있었지만 이보다 눈길이 가는 문구는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었다.

뉴스1

4.15 총선 관악구을 지역에 출마하는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구로디지털단지역 거리에서 출근하는 한 시민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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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는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속한다. 관악을에는 가족 단위 주거지가 많지만 신림동을 중심으로는 청년층 1인 가구도 상당하다. 지역 발전은 물론 일자리 문제가 주요 현안일수밖에 없다. 정 전 수석이 자신의 직책을 앞세운 이유다. 청와대에서 공직을 맡았던 경험으로 지역 발전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정 전 수석은 출근길 인사 후 뉴스1과 만나 "우리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있다"며 "지역 발전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변화를 많이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관악을 통째로 바꾸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정 전 수석은 자신의 총선 3대 공약으로 Δ창업·벤처 밸리 조성 Δ난곡선경전철 착공 Δ신림 상권 르네상스를 내놨다.

그는 "제가 이야기한 사업은 모두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난곡선경전철은 재정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저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한 사람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현실화하는 것은 야당 후보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전 수석은 경쟁자인 오 의원과는 차별화한 삶을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학생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을 했고 이후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자로서 국가를 위해 일해왔다는 것. 그는 젊은 유권자 수가 상당한 관악을에서 자신의 삶의 궤적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악을에서 3선에 도전하는 오 의원은 난곡동 주유소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출근 차량을 향해 "잘 다녀오십시오"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 의원 또한 관악구 토박이인데, 여기에 현역 의원이라는 인지도까지 쌓여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는 지나가던 중 잠시 멈춰선 중년 남성에게 "요즘도 매일 운동하세요?"라고 묻기도 했고 주유소를 찾은 남성에게는 "왜 이렇게 일찍 나왔냐"며 주먹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개인택시 기사가 경적을 울린 후 오 의원에게 손인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중년 남성은 베지밀 두유를 오 의원의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오 의원의 피켓에서는 '영원한 관악 일꾼'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는 지역구에서 발생하는 도로확장 등 민원 해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신림선 경전철 사업도 오 의원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이런 노력이 쌓여 지금은 주민들이 반겨주는 분위기라고 오 의원실 관계자는 전했다.

출근 인사를 마친 오 의원은 난곡동 상가 일대를 돌며 방역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방역을 위해 들린 자동차 공업사, 음식점, 미용실 주인들과 가벼운 농담을 건네며 불편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선거사무실에서 뉴스1과 만나 "관악의 정치적으로는 저의 첫 사랑이다. 제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그동안 나름 지역의 숙원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신림선 경전철을 승인받고 착공까지 하게 되는 역사적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관악을 수성'에 성공하면 정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난곡선 경전철 사업 계획을 확정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지역이 아닌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약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배달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수수료 문제를 개선하고 한시적으로 4대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했다. 또 폐지된 사법시험을 예비시험 제도를 통해 부활시키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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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관악구을 지역에 출마하는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로 거리에서 시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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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의원은 "3선에 성공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해보고 싶다. 사법고시 예비시험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상임위원회 안에 만들고 로스쿨이 안착할 수 있도록 시험에서 다섯 번 떨어진 이른바 고시낭인의 구제 방법도 고민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정 전 수석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정치 선배로 뵀는데 인간적으로 점잖고 선한 분이다"며 "선거 상대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이좋게 페어플레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 전 수석은 지역에서 오래 정치했지만 착근해서 오래 지역주민과 호흡하지는 못했다. 청와대 가서는 지역을 돌볼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을 주민들도 얘기를 한다"며 선거 승리를 자신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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