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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격전지를 가다]동작을 '판사 출신' 맞대결…이수진 vs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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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일꾼론' 내세운 나경원…정당 지지도는 이수진이 앞서

민주당 지지 높지만 12년째 보수당 출신 약진…표심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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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미래통합당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왼쪽)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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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윤다혜 기자 = 4·15 총선이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에서는 '선후배 판사 출신'이 맞붙는다. 4선의 '경륜'을 앞세운 나경원 통합당 예비후보와 '진정성'을 내세운 정치 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다.

상도1동과 흑석동, 사당1·2·3·4·5동이 포함된 이 지역은 정당 지지도만 보면 민주당이 우세하다. 호남선 종착지인 영등포역의 배후지역이라 과거 많은 호남 출신이 터를 잡아 온 데다, 대학·출퇴근 직장인 등 2030 젊은 유권자가 많고, 보수 지지층이 얕은 것도 민주당이 유리한 배경이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17대 총선까진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이 뒤집혔다. 18·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그 뒤 나 후보가 2014년 재보궐선거·20대 총선에서 연승하면서 12년째 지역구 국회의원은 보수당 소속 의원이 꿰차고 있다. 다만 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우세했다.

현재까진 어느 한쪽의 우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예비후보가 나 예비후보를 지지도에서 10%p정도 앞섰지만, '누가 당선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나 예비후보가 크게 우세했다. 투표 때까지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한 응답자도 절반 가까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주요 표밭이었던 흑석동이 재개발되며 인구 구성이 변화됐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앞서 주택·빌라촌이 고가 아파트촌으로 변했고,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 이들은 성향은 진보적이나 강남권 수준의 교통과 높은 교육·문화 수준을 요구한다.

뉴스1은 20일 서울 동작을 지역구 중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7호선 남성역을 찾아 두 예비후보의 출근길 유세 현장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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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미래통합당 동작을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 출근길 유세 현장에서 한 유권자에게 손세정제를 나눠주며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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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동작 잘 아는 후보…대한민국과 지역 바꿀 '능력' 봐달라"

사당역 8번 출구 앞, 나 예비후보는 오전 7시부터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일류 동작'이 쓰인 핑크색 재킷을 입은 그는 "좋은 동작을 만들겠다"며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연신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나 예비후보가 건넨 명함에 장년·노년층 유권자는 미소로 답했다. 한 노년 여성은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며 손을 꼭 잡았다. 한 남성 유권자는 "문재인 정권을 꼭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때 당에서 싸워선 안 된다"며 따끔하게 한마디 하기도 했다. 나 예비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20·30대 젊은층은 호응이 적었다. 명함 받길 거부하기도 했다. 청년층의 외면이 계속되자, 나 예비후보는 유권자를 향해 달려가 무릎을 굽히고 시선을 맞추며 명함을 건넸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려던 20대 청년은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명함을 받았다.

나 예비후보는 인물론과 정권심판을 내세웠다. 그는 "절 지지하시든 아니든 많은 주민께서 '나경원이 일은 많이 했지'라는 점은 공감하신다"며 "동작을 잘 알고, 지역과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는 후보라는 점을 고려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중 서초구와 곧바로 이어지는 서리풀터널 개통을 추진했고,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민들의 고충을 듣는 '토요데이트'도 1000건 이상 꾸준히 해왔다는 점 등 '지역일꾼'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중진의원으로 지역 발전을 실현할 힘도 있다는 점도 들었다.

나 예비후보는 "워낙 보수당 지지가 부족한 곳이기도 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미디어 부정선거까지 겹치는 등 쉽지 않은 형국"이라면서도 "결국 유권자들께서 냉정하게 판단하셔서 정권 심판론이 잘 작동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30년 넘게 사당동에 거주한 '동작구 토박이' 박모씨(55)는 "나경원 의원은 '검증됐다' '맡기면 잘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판사 망치만 두드리다 무턱대고 선거판에 나온 사람에게 어떻게 (지역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 예비후보에 대해 실망감을 보인 시민도 있었다. 19년 동안 동작구에 살았다는 한 30대 여성은 "나 예비후보는 '다 같이 살자' '동작구 사당동 사랑한다' 해놓곤 이수 상권만 집중하고 사당1동은 나 몰라라 했다"고 주장하며 이 예비후보에 대한 기대를 은근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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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출근길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이수진 후보 캠프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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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인지도 약하지만 '진정성' 있는 후보…공약 바탕으로 호소할 것"


이 예비후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강제징용 판결 지연 의혹'을 폭로하며 법원 내 내부 고발자로 이름을 알렸다.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상징으로 떠오른 그는 최근 법복을 벗어 던지고 동작을에 '나경원 맞춤형 저격수'로 나섰다.

이 예비후보도 이날 비슷한 시각 7호선 상도역 5번출구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이겨낼 수 있습니다. 힘내자 대한민국, 힘내자 동작!'이라고 쓰인 피켓을 목에 건 이 예비후보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대부분 주민은 이 예비후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흘끗 시선을 주긴 했지만 대부분 무관심하게 그를 스쳐갔다. 명함을 받은 유권자들을 쫓아가 이 예비후보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대부분 "나 예비후보는 안다"면서도 "이 예비후보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예비후보는 "인지도가 약하다는 사실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한 분이라도 더 찾아뵙고 저를 알린다면 제 진정성을 알아주시고 찍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한 시민은 "유튜브에서 이 후보의 벽이 없고 친숙한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며 이 예비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인근 야채가게에 들른 한 노년 유권자는 이 예비후보가 인사를 건네자 반가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손 인사로 화답했다. 또 다른 시민도 바쁜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이수진 최고!"라며 그를 응원했다. 이 시민은 '이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1번'을 뜻하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 예비후보는 "4선 선배를 상대로,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정신으로 죽을 각오를 하고 왔다"고 했다. 또 "인지도만 높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유권자들께서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닌 동작을을 정말 행복한 도시로 만들 후보를 뽑아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흑석동에 고등학교 유치를 해내겠다"며 지금 많은 정책을 연구하고 있고 확정이 되면 그 공약을 바탕으로 유권자들께 호소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진정성 있게 해온 만큼 제가 약속드리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저를 믿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동작구로 이사를 왔다는 안모씨(36)은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신인이고 정치인 때가 덜 묻은 만큼 원칙적으로 밀어붙일 것 같다"며 "직전까지 판사 일을 하다 나왔으니 다른 의원들보다 공정성 면에서 좀 더 낫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흑석동에 거주한다는 자영업자 박모씨(51)는 "요즘 동네가 강남만큼 좋은 도시로 크고 있지만 학군도 그렇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나 예비후보의 '일류 동작'에 맘이 쏠리지만, 이 예비후보가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라며 뭔가 신경 쓸 것처럼 말했으니 공약을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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