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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親조국' 비례당 2개… 與, 지지표 놓고 제로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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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文·親조국' 내건 열린민주당, 여론조사서 지지율 6.5%(6석 추산) 기록
더불어시민당 與당선자 7명서 4명으로 줄어들 가능성 거론
與 지지자 "열린민주당이 낫다" "표 갈라지면 우리 당 후보만 떨어져" 논쟁
두 당 모두 親조국 내걸어 중도층 이탈로 지역구 선거 악영향 우려도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이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20명을 선정해 발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당 더불어시민당이 22일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더불어시민당은 친문(親文)·친(親)조국 인사들이 주축이 된 '시민을 위하여'를 모태로 한 정당이다. 열린민주당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친문·친조국 성향의 후보자를 대거 공천했다. 이에 따라 두 당이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표를 놓고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앞 순번을 원외 소수정당에 내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민주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비례의석 배분 하한선인 3%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친여 성향이 선명한 열린민주당에 표를 주자" "더불어시민당을 찍지 않는 것은 해당행위"라는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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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비례용 정당 더불어시민당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정도상씨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공관위 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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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지표 놓고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경쟁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이미 민주당 비례대표 추천관리위원회에서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 7명을 11번부터 배치하기로 했다. 더불어시민당이 비례의석으로 17석쯤을 얻을 것이란 전망에 바탕을 둔 구상이었다. 1~10번에는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기본소득당, 시대정신 등 원외 소수정당 후보들을 배치하고,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냈을 경우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7석만큼 당선 안정권 후순위에 자신들이 파견하는 후보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통합당의 반대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행해놓고, 제도의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비례용 정당에 후보를 낸다는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린민주당이 만만치 않은 득표율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민주당의 비례 의석 극대화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스1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3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 투표시 어떤 정당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미래한국당 22.6%, 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 19.9%, 정의당 7.5%, 열린민주당 6.5%, 국민의당 3.0%로 집계됐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지지율을 바탕으로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예측하면 미래한국당 15석, 더불어시민당 14석, 정의당 7석, 열린민주당 6석, 국민의당 5석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의 구상과 달리 민주당에서 더불어시민당에 파견한 후보가 7명이 아니라 4명만 당선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열린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후 민주당 지지층은 더 동요하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 친문·친조국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당원들은 "이름도 처음 들어본 소수정당 후보들이 출마하는 더불어시민당보다 열린민주당이 더 친여(親與) 성향 비례당 아니냐"고 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서 한 당원은 "(더불어시민당을 찍으면) 내 표가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 비례대표를 당선시킨다니 흥이 안 난다. 열린민주당을 찍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는 ‘열린민주당을 찍는 건 해당행위’라며 경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허영일 전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원이 당론인 더불어시민당에 투표하지 않고 열린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은 해당행위"라며 "정당 투표가 둘로 갈라지면 원래 우리 당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가 낙선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반면 열린민주당 측에서도 "대통령의 입(김의겸)·칼(최강욱), 김정숙 여사의 절친(손혜원)이 모두 우리당에 있다"며 "문심(文心)은 우리에게 있다"며 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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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민주당 손혜원(오른쪽), 정봉주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토크쇼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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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수호당'만 2개일 뿐…결국 민주당 손해" 주장도

4월 총선에서 범여권 비례정당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갈라져 선거를 치른다 해도 범여권 전체 의석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유튜브 방송에서 "당이 꼭 하나만 있어야 미래한국당 의석 독점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열린민주당이 얼마를 득표하든, 미래통합당 의석을 뺏어오는 것이어서 더불어시민당과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누가 더 많은 의석을 얻으면 그만큼 다른 편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고, 두 당 모두 친여 성향인 만큼 여권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 볼 게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결국 민주당에 손해를 가져오는 '네거티브섬(Negative-sum) 게임' 양상을 띨 것이란 관측도 있다. 두 당이 선명성 경쟁을 하듯 ‘친조국’ 성향을 강조하면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두 당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시민당은 작년 조국 사태 때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 주축이 된 ‘시민을 위하여’를 모태로 창당됐다. 당 공동대표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 열린 집회에서 "우리 국민이 조 교수와 그 가족에게 큰 빚을 졌다"고 했고,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검찰의 수사를 "조국 마녀재판"이라고 했었다.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정도상씨는 문인·작가 1276명이 조 전 장관 지지 성명을 낼 때 참여했다. 공천위원인 김호범 부산대 교수는 '조국 지지 교수 성명' 대표 발의자다.

열린민주당도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 친조국 인사를 대거 공천했다. 최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다. 황 전 국장은 조 전 장관이 취임 후 법무부에 설치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단장을 맡았었다. 그는 지난 17일 정봉주 전 의원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조 전 장관에 대해 "사실 장관이라는 표현이 저는 익숙하지 않다"며 "형이죠. 대학 같은 과 3년 선배"라고 했다. 최 전 비서관에 대해선 "한 해 후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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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피곤한 듯 눈 주위를 비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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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당이 친(親)조국 노선을 걷는 것에 대해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집권당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소수 정당과 비례대표 선거에서 연합하고 범죄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노선이 부각되는 것은 지역구 선거에서 어려운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친조국 성향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구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불리할 것"이라고 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친여 비례정당에서 이탈해 중도·실용을 내세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표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을 찍어 오던 중도층 중 일부가 친조국 비례당에 실망해 국민의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범여권 전체를 보면 비례용 정당이 1개만 나왔을 때보다 여러 정당이 나서는 게 의석 극대화에서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범여권에선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민생당, 정의당, 민중당 등이 비례 후보를 낸다. 여기에 민주당이 애초 비례당 창당 파트너로 검토했던 정치개혁연합도 녹색당·미래당 등과 연합정당을 구성해 총선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연합이 비례대표 의석 배분 하한 기준선인 득표율 3%를 넘긴다면, 범여권 전체 의석은 더 늘어나고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석은 그만큼 더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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