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뉴스톡톡]비비고 '썰은' 김치…맞춤법 무시한 제품명 이대로 괜찮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맞춤법 오류 "업계 용어로 통용" 해명

설레임·침대는 과학…상품명·CF 파급력 무시하지 못해

뉴스1

(사진제공=CJ제일제당)©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CJ제일제당이 지난 20일 비비고 김치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매운 김치에 익숙지 않은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제품으로 부모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것 같습니다. 이름은 '비비고 우리아이 한입 썰은 김치'입니다. 그런데 제품명이 좀 어색합니다. 그렇습니다. '썰은'은 틀린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몰라 국립국어원에 문의했습니다. 썰은은 틀린 표현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썰다의 활용과정에서 받침 'ㄹ'이 탈락해 썬이 맞고 썰은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자세하게 답변해줬습니다. 맞춤법에 따르면 썰은 김치가 아니라 '썬 김치'가 맞는 표현입니다.

CJ제일제당이 썰은이란 단어가 틀린 맞춤법이란 사실을 몰랐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썰은 김치'는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고유명사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국내에서 김치를 파는 풀무원·대상·동원도 모두 썰은 김치를 제품 이름에 쓰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썬이 아니고 썰은이냐고.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썰은 김치가 기억도 편하고 부르기도 쉽다고 했습니다.

다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 전화했습니다. 기업이 틀린 맞춤법을 제품명에 쓰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기업 제품 이름은 고유명사인 데다 표현의 자유 때문에 무조건 바른 맞춤법을 적용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기업의 광고 전략에 문제를 제기하긴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뜩 약 20년 전 비슷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수험생을 혼란에 빠트린 제품이 있었는데요. 바로 롯데제과가 내놓은 인기 아이스크림 '설레임'입니다. 설레임은 설레다의 명사 설렘의 잘못입니다. 학창 시절 국어 맞춤법 문제로 설레임과 설렘 중에 고르는 문항을 풀었습니다. 설레임을 골라 틀렸던 친구도 꽤 많았습니다.

뉴스1

(사진제공=롯데제과)©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기업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면 식품기업 선택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특히 이들은 김치를 수출하며 한식을 널리는 회사이기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식품기업 1위 CJ제일제당은 한식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비비고는 '비비다'와 포장의 영어 표현 'to go'의 합성어입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CJ제일제당의 틀린 맞춤법이 어울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은 좀 다르지만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 독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광고 문구 탓에 어린 학생은 "이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에 침대라고 답하기도 했답니다. 광고나 제품명이 예상보다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기업들이 제품 이름을 결정할 때 좀더 고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문학에선 '시적 허용'이 있습니다. 시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긋나는 표현을 허용하는 비문법성입니다. 누군가는 세월이 흐르면 세상도 변하기에 문학이 아닌 다른 것에 쓰이는 시적 허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니면 '꼰대'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다만 국어를 배워가는 어린이뿐 아니라 한국인이 시적 허용을 올바른 맞춤법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 같습니다.
passionkjy@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