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르포]"납품 못한 열무‧쑥갓 모두 웃자라…갈아엎어야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초중고 개학 4월 연기에 나주 남평 급식 납품농가 한숨

상품성 잃어 시장 못내놔…"농산물 사주기 확산 절실"

뉴스1

전남 나주 남평읍 평산리2구에서 2000여평의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박신식씨(70)가 웃자란 열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0.3.20 /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이제나 저제나 학교 개학 기다리다 다 웃자라버렸어.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없고, 갈아엎는 것 외엔 대책이 없어."

지난 20일 오후 찾은 전남 나주 남평읍 평산리2구. 이곳에서 2000여평의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박신식씨(70)는 하루가 다르게 웃자라는 열무를 볼 때면 긴 한숨만 나올 뿐이다.

10여년 전부터 학교급식용 친환경 엽채류를 납품하고 있는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의 개학이 4월로 연기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확하지 못한 열무는 어른 무릎 높이까지 웃자랐고, 얼갈이배추와 쑥갓은 꽃대가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3월 개학에 맞춰 2월 중순부터 이들 채소를 수확해 납품하는 데 하루해가 바쁠 때지만 올해는 긴급돌봄교실에 공급되는 열무를 1주일에 서너박스 수확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박씨는 "10여년 동안 학교급식용 채소를 납품해 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열무의 경우 뿌리까지 길이가 40㎝정도 자랐을 때 최고 상품으로 취급받지만 개학 연기로 수확이 한 달 여 넘게 지연되면서 70㎝까지 웃자라 상품성을 잃었다. 때문에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씨의 비닐하우스에 일손을 도우러왔다는 이웃 주민 윤영순씨(78)는 "이 열무를 수확해서 시장에 내놓아봤자 누구도 사가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뉴스1

나주시의 농산물 사주기 운동에 공급할 웃자란 열무를 수확하고 있다. 2020.3.20 /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도시인 광주와 인접한 나주 남평지역의 경우 70여 시설하우스 농가에서 엽채류와 과채류 등을 친환경으로 재배해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모두들 박씨와 비슷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다행히 나주시 등이 나서 농산물 사주기 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박씨도 열무 수확에 나섰지만 어느 정도 사줄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농산물 사주기 운동으로도 판매되지 못한 열무나 얼갈이, 쑥갓은 부득이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

3월 개학에 맞춰 채소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11월에 파종해야 했고, 지금쯤이면 5∼6월에 납품할 어린 열무가 자라고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농사 스케줄도 꼬여버렸다.

더욱이 개학연기로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입은 농가의 손실은 고스란히 생산농가에서 떠안아야 한다.

학교급식 납품계약의 경우 수확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중간 유통법인이나 농협 등에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손실에 대한 보전을 받을 방법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행히 나주시가 급식납품 계약가격의 3분의 2 수준에서 농산물 사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두가 어렵지만 농가를 위한 농산물 사주기 운동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r2003@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