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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절제된 외교적 어투…1차와 달랐던 김여정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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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한 표현 구사하며 '호평'도…선명한 입장도 동시 강조

"미국이 '제공'한 악착한 환경"…일종의 반어법도 구사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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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정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남, 대미 관계에 대한 담화를 연이어 내놓으며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김 제1부부장은 22일 새벽에 전격 발표한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가 있음을 밝히며 북미 관계에 대한 평가를 했다.

이번 담화는 지난 2014년부터 전면에 본격 등장한 김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로 낸 두 번째 담화다.

그는 지난 3일 첫 담화에서는 우리 측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한 바 있다. 청와대에 대해 "완벽하게 바보스럽다"라거나 "겁을 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라고 말폭탄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미국을 향한 담화를 냈다. 형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평가 차원이지만 현재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대미 스탠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어투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담화를 조롱과 욕설, 비난 어투로 전개했는데 이번 담화에서는 이와 같은 표현을 찾을 수 없다.

그는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 우리 위원장 동지(김정은)와 훌륭했던 관계를 계속 유지해 보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은 판단이고 옳은 행동"이라며 "응당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라고 호의적 태도를 보였다.

이어 "이 같은 친서는 (두 정상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개인적 친분 관계를 잘 보여 주는 실례"라며 "위원장 동지도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 관계에 대해 다시금 확언하면서 사의를 표했다"라고 말했다.

또 "두 수뇌분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두 나라 사이의 대립관계처럼 멀진 않으며 매우 훌륭하다"라고 연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비록 지난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으나 청와대로 호칭한 우리 측을 전면적으로 비난한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남측을 향해 미국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기대할 것이 없다"는 투의 비난을 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여전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듯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절제되고 경직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두 나라를 대표하는 분들 사이의 친분이 긍정적 작용을 하겠지만"이라면서도 "그 개인적 친분 관계가 두 나라의 관계 발전 구도를 얼마나 바꾸고 견인할지는 미지수이며 속단하거나 낙관하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정성과 균형'을 언급하며 '일방적이고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으면 북미 관계는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여전히 북미 관계 변화의 '키'는 대북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셈이다.

김 제1부부장은 특히 "우리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도 미국이 열정적으로 '제공'해주는 악착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발전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태도를 비꼬는 듯한 발언으로 북한의 현재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 제1부부장 담화의 표현 방식은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권위를 가진 당국자가 절제되면서도 선명한 입장이 담긴 외교적 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점을 비난하며 '새로운 길' 차원의 정면 돌파전을 선언한 것의 연장선에서 북미 관계 변화의 '공'이 미국에 넘어가 있음을 강조하는 취지의 담화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섣불리 북미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을 암시하면서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라며 "자력갱생에 문제가 없다는 기조가 유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대통령의 '친서(말)' 보다는 공정성과 균형의 보장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메지시"라며 "미국의 선제적인 결정과 행동이 먼저라는 기존의 입장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의 연속 '담화 행보'로 봤을 때 그가 우리의 국가안보실장과 비슷한 격의 직책이나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정치적 권위가 가장 높은 '백두혈통'이라는 점을 봤을 때 김 제1부부장의 향후 대외 관계 전략 설정에서의 보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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