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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송가인·유산슬 뜨자… 트로트 음원 소비율 108% 치솟아 [뉴스 인사이드 - 빅데이터로 본 트로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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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 미스트롯 방송 타며 음원 소비 ↑ / 유산슬·미스터트롯 열풍에 대세 자리잡아 / ‘중장년 즐기는 관광버스 노래’ 인식 벗고 / 전연령대 폭넓게 인기… 차트까지 등장 / 온라인 검색 1년 만에 10배 늘어 38만건 / 200위권 내 트로트 진입 횟수도 5.8배 ↑ / “다양한 퍼포먼스로 팬층 확대… 저변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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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 MBC제공


올해도 음원 시장에서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배경이야 여럿이겠지만 지난해 등장한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과 ‘유산슬(놀면 뭐하니:뽕포유)’ 등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1910년대 유행한 네 박자의 사교댄스에 어원을 둔 트로트가 부침을 거듭한 110년의 세월을 견뎌내고 지난해 음악 대중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음악플랫폼 빅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트로트 인기, 빅데이터로 증명

20일 지니뮤직이 자사의 서비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간 전체 200위권에 트로트 장르 음악이 진입한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5.8배 늘어났다. 지난해 일간 차트 200위권에 가장 많이 진입한 트로트 곡은 ‘오늘밤에(홍진영)’와 ‘사랑의 재개발(유산슬)’이었다. 조훈 지니뮤직 대표는 “최근 10·20세대는 나의 스타일에 맞는 트로트 음악을 찾아 듣고, 40·50세대는 트로트 방송 출신 가수와 기성 트로트 가수 노래를 폭넓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니뮤직에서 트로트 장르의 스트리밍 이용은 2018년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미스트롯의 방송 시기와 유산슬의 데뷔 등과 맞물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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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뮤직이 지난해 트로트 장르의 스트리밍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스트롯’의 방영과 유산슬의 데뷔가 트로트 음원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트로트 음원 소비 증가율은 70.60%(2018년 대비)에서 2월 42.60%로 하락했다. 그러나 2월 미스트롯이 방영된 이후 종영된 5월에는 108%까지 치솟았다. 이후 트로트 음원 소비 증가율이 다시 내리막세로 전환하며 9월 56.20%까지 떨어졌다. 9월은 유산슬이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때이다. 이후 10월 69.40%에 이어 12월(71.00%)에는 70%대로 올라섰다.

지니뮤직은 지난달 모바일 앱에 트로트 차트를 새로 개설했다. 트로트의 인기에 대해 지니뮤직 관계자는 “중장년층에 머무른 트로트 인기가 전체 연령으로 확대하면서 트로트 장르의 음원 소비도 증가했다”며 “트로트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데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음악 플랫폼 멜론에서도 트로트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멜론은 이전부터 트로트를 별도의 장르로 분류하고, 다양한 추천 정보를 제공해왔다. 멜론 관계자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등 이용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기존보다 트로트 장르의 이용이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플로는 최근 ‘미스터 트롯’의 경연곡을 회차별 테마 리스트로 제공하고 있다. 플로가 ‘올해 주목할 만한 트로트 신예들’을 플레이리스트로 제공한 결과 지난달 제공된 다른 장르 플레이리스트들의 평균과 비교해 진입자는 약 50%, 청취자는 약 11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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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 TV조선 제공


◆트로트, 한 장르에서 생태계로 확장하나

인기와 쇠퇴를 반복해온 트로트는 ‘전통가요’, ‘성인가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축제·행사용 노래 장르라는 인식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노션이 발간한 ‘2020 뉴·트롯이어라~’ 보고서에 따르면 트로트의 어원은 1910년대 유행한 네 박자의 사교댄스를 위한 곡 ‘폭스 토롯(fox trot)’이 어원이 됐다. 국내에 트로트라는 용어가 정착된 때는 1960년대였다. 정착 초기엔 ‘저속하다’, ‘왜색이 있다’ 등의 이유로 금지당하기도 했다. 통기타를 앞세운 포크송이 인기를 끈 1970년대에 트로트는 ‘트로트 고고’, ‘록 트로트’ 등 다양한 리듬으로 세분화했다. 메들리붐이 일어난 1980년대에는 음향기기의 발달과 함께 트로트의 인기도 한층 올라갔으나, ‘뽕짝’으로 불리며 ‘관광버스용 노래’로 치부되기도 했다. 1990년대로 넘어와서 1993년에는 ‘애모(김수희)’가 주요 가요 대상을 휩쓸며 주목받기도 했지만, 이후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발라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유행을 선도하면서 흐름에서 밀린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어머나(장윤정)’의 엄청난 인기 이후 박상철, 홍진영,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로트는 행사나 축제용이라는 인식을 떨쳐내지 못했다.

‘대반전’은 지난해 일어났다. 이는 빅데이터에서 확인된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인 데이터커맨드센터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트로트가 언급된 건수는 2018년 13만6250건에서 지난해 24만4150건으로 1.8배 늘었다. 검색은 같은 기간 3만7230건에서 37만9583건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데이터커맨드센터는 지난해 1년간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생산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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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방송장면. TV조선 제공


이노션의 분석 결과에서도 ‘미스트롯’이 방송된 지난해 3∼5월, ‘놀면 뭐하니:뽕포유’가 방송된 지난해 11∼12월 트로트에 대한 온라인 검색이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0대(34%)와 30대(28%)가 검색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고, 10대(10%)의 반응도 뜨거웠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노션은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를 △예능 △즐거움 △다양성의 3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지난해 인기를 끈 트로트 프로그램들은 기존 음악 방송 형식을 탈피해 오디션을 접목했고, 연령층을 확대하며 소비층의 확장에 성공했다. 장르를 파괴하며 가창력과 무대 매너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유튜브와 음원 등 다양한 창구로 발길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 국민이 좋아할 만한 노래 장르인 트로트에 새로운 형식의 무대, 퍼포먼스가 결합하며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됐다”며 “주기적으로 쇠락을 반복하는 정도를 넘어 뮤지컬 등 다양한 기획과 공연이 파생하는 등 저변을 확실히 넓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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