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고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이를 다른 사건 고소장으로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에게 징역형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 A(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문서위조죄 및 위조공문서행사죄의 성립과 고의, 증명책임,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전직 검사 A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서 일하던 시절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했다. 그는 이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실무관을 시켜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표지를 새로 만들어 붙인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 내부문서를 원래 절차에 따라 복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법을 수호하는 검사로서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 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분실된 고소장이 각하 처리될 가능성이 컸던 점과 A씨가 이 일로 사직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놓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사건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4월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임 검사는 검찰 고위 간부들이 부산지검 소속 검사의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 처리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수리로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의 고발을 받은 경찰은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고발된 범죄 혐의(직무유기)가 법리적 측면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모두 기각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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