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호텔 격리생활” 제안에도
관리 어려움 이유로 허용 미뤄
베트남 정부가 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하노이 시내 바딘지역을 전격 폐쇄하면서 주민들과 차량의 왕래가 모두 끊겼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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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2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유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자국 내 확산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어렵게 진행되고 있던 한국 기업인 등 필수인력 입국도 한층 더 험난해질 전망이다.
22일 VN 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이날 자정을 기준으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이와 관련,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시켰고, 해외 각국 주재 대사관을 통해 자국민의 귀환 자제도 지시했다. 지난 18일부터 외국인의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자국 내 대도시 봉쇄책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조치까지 시행한 것이다.
베트남 정부의 이번 조치는 유럽에서 유입되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지난 2주 새 증가한 확진자 76명 가운데 유럽에서 입국한 외국인만 24명이나 된다. 자국민 감염자들 역시 24명의 외국인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가 상당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강력한 조치를 이어간 덕분에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감염자 수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적지만, 부족한 의료ㆍ보건시설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을 벗어날 경우 말레이시아 등처럼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복지부가 이날부터 은퇴한 의사들을 투입해 노인층의 간병을 돕게 하고 의대생들을 코로나19 치료 현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번 조치는 베트남 내 한국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입국한 삼성과 엘지의 엔지니어 등 일부 대기업 인원들은 한국 정부가 보증한 음성판정서 제출을 전제로 현지 공안의 감독 하에 격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처럼 단일 격리 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나머지 한국기업들이다. 이미 베트남행 전세기를 구한 한국 기업들은 하노이 등 대도시 내 호텔을 지정해 격리 생활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베트남 정부는 동선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입국 허용 여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베트남 현지의 한 한국기업 법인장은 “그나마 베트남 정부가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과는 계속 외교ㆍ경제 채널을 열고 대화를 이어가는 호의를 보이고 있어 상황이 절망적이지는 않다”면서도 “거의 설득 완료 단계였는데 이번 조치로 기업인 추가 입국 논의는 내달 초나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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