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수화 등 지원책 미비…"면대면 강의에서도 대학 지원 미비"
장애인단체들, 인권위에 진정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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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2017년 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농아인 학생 A 씨는 수화나 자막 없이 이뤄지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우미 학생을 통해 수업 내용을 타자로 쳐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학 측은 타자 소리가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방해를 줄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후 A 씨는 수어 통역사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거부당했다. 별다른 도움 없이 수업을 듣던 A 씨는 연거푸 F학점을 받고 결국 스스로 휴학했다.
장애 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대학 강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대학이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면서 대학 측이 서둘러 마련한 신학기 동영상 강의 대부분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아인들을 위한 자막서비스는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학이 일반적인 면대면 강의에서도 장애 학생을 위한 학습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며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농아대학연합회은 농아인 대학생들의 학습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국 대학에 장애 학생은 10만여 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대학에 이들을 위한 학습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학습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진정서에 담았다.
김주현 장애벽허물기 대표는 "일부 대학이 온라인 공개 강의 사이트인 'K-MOOC'와 'KOCW'에 올라온 강의와 학교 과목이 유사한 경우 대체 수강을 안내하고 있지만, 해당 강의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아인 학생들의 접근성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농아인 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습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을 순독(입술 모양을 읽는 것)으로 강의를 소화한다. 더러 수업 도우미(동료 학생)가 돕는 대학도 있지만, 모든 강의에 도우미 서비스를 배치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더해, 최근 실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동영상 강의에는 자막이 제공되지 않고 수업 도우미도 곁에 없어서 수업 이해도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
김 대표는 "개강을 하더라도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강의실마다 마스크를 끼는 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장애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긴급상황 시 지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애벽허물기 소속 농아인 대학생 A 씨는 "대학 생활 중 자막지원과 관련한 기기 및 수어 통역 지원의 미흡으로 학업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어 자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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