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풍장(風物) 만드는 풍장골에 이름도 성도 없는 뜨내기로 들어와 꽹과리치기를 좋아하다가 상쇠노릇을 하는데, 꽹과리를 잘 친다고 깽매기로 이름을 지어 살다가 나이 들어 외딴 주막집의 예서(데릴사위)로 들어갔다.아들을 낳아 두 돌이 지나서 민적을 올릴(出生申告) 때, 아버지 이름을 동네에서 부르는 대로 깽매기로 하고 아들은 튼튼하게 오래 살라고 장수(將壽)로 지었다.
여덟 살이 되어 입학한 아들이 돌림병인 염병(腸窒扶斯)에 걸려 자리에 눕자 간병하던 어머니와 할머니가 차례로 쓰러졌다.
면소에서 나와 흰 가루약(DDT)으로 집 안팎을 하얗게 소독하고 먹는 약을 주고 가면서 역병(疫病)이라 걸리면 큰일 나니 출입을 금지시키라며 붉은색 천을 찢어 금줄을 쳐놓고 구장(里長)에게 잘 지키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갔다.
아버지 깽 서방은 도회지 엿 공장으로 돈 벌러 갔다가 두 파수(派收)만에 집에 오니 아내와 장모가 의식이 없다.
누워있는 아들에게 자초지종 듣고서 음식을 장만해 먹이니 달포 만에야 간신히 아들만 일어났다.
소리 소문 없이 혼자서 두 번의 장례를 치른 깽 서방은 면소에서 시키는 대로 집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불태우고 아들과 함께 도회지로 나가 병원치료를 받고서야 다시 일하러 나가고 장수는 도회지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는 그런 병을 앓고서 살아난 애들이 여러 명이 따로 모여 공부했다.
1942~43년 우리나라에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때의 이야기로 그때 '염병할' 이란 비속어도 나왔었다.
그로부터 80년을 지나면서 콜레라(虎列刺)와 신·변종의 각종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동서양의 동물 인플루엔자와 열병도 함께 드나들며 반기는 이도 없는 그 염병이 사람과 동물들을 괴롭히면서 엄청난 피해의 심술을 부려왔다.
의술의 발달이 질병발생을 앞지르지 못하니 예방우선의 질병관리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전환되어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가끔씩은 빗나가기도 한다.
부주의한 실화가 대형화재 초래하듯 모든 전염병도 결코 다름 아니다.
행차 뒤 나팔 되지 않으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하는데,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사태처럼 설마 하다가 초기에 박멸하지 못해 불의의 설마에 발목 잡혀 감염자 못지않게 온 국민이 위기극복을 위해 노심초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염병이 건강한 개인생계와 국가사회경제에까지 폭풍을 몰고 와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켜 생존의 이중고를 겪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쓸어갈듯이 발광하는 염병의 감염예방과 병마퇴치에 목숨 걸고 불철주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와 의료진과 행정지원자들의 노고에 감동한 시민들의 감사한 마음과 도움의 손길들이 병란(病亂)현장으로 속속 답지되면서 진정국면의 고비를 넘는 간힘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세상의 어디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있겠는가? 그 목숨 부지하려고 모든 것 다 바치는 것 아닐까! 내 것 소중한 만큼 남의 것도 소중하다.
어쩌면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그의 소중함 때문에 나의 소중한 것이 더 잘 지켜지고 있기에 함께 마음 아파하고 온정을 베푸는 것이리라.
재물과 권력과 명예보다도 가장 안전하게 우리를 지켜줄 건강 찾아 함께 뛰고 달려보자.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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