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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북한, 미국의 코로나19 방역협력 수용할까…남북협력 물꼬 주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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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 "남북 방역협력 필요…향후 북미 대화 예의주시"

남북미 간 방역협력 물꼬 트일 시 남북관계 개선·비핵화 영향 주목

연합뉴스

남북미 정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홍유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제안해 북한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이 그간 남측을 비롯한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듯 이번에도 '무응답'일 가능성이 있지만, 두 달째 코로나19 방역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북미 간 이번 대화가 지지부진했던 남북 간 방역 협력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낳을 수 있어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표했다고 22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얼마 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대북 지원 구상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번 친서 소식을 전하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만 놓고 보면 이번 제안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두 수뇌분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두 나라 사이의 대립 관계처럼 그리 멀지 않으며 매우 훌륭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를 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친서를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의 큰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북미 양국이 코로나19를 매개로 현 상황을 안정적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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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은 지난 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의 모습. 2020.3.4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북한이 연일 자국 내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사회주의 예방의학에 기반한 방역 체계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국제지원단체 등에도 코로나19에 대한 공식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전까지는 양국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운데, 북한은 지금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협상에서 미국의 의도에 말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대선을 앞둔 상황 관리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들이 제기한 '새로운 셈법'이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제1부부장도 "조미(북미) 사이의 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놓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되며 그에 따라 전망하고 기대해서는 더욱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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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TV "전염병 막기 위해 2중·3중 봉쇄해야"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3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전염병 유입과 전파를 막기 위해 2중 3중의 봉쇄대책을 철저히 세워나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북미간 코로나19 방역협력을 제한해 대북지원에 청신호가 켜진 만큼 남북 방역 협력에도 속도가 붙을지 여부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북 방역물자 지원을 언급하는 등 남북 간 물꼬를 틀어보려 했으나, 최근 국내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대북 지원 계획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미국이 전격적인 대북 지원 의지를 피력하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코로나19 등 인도적 대북 지원은 예외'라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발신함에 따라, 그간 제재 위반 논란이 제기됐던 의료물품 지원 등에서 부담을 벗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바란다"면서 "감염병 확산이 남북이 함께 대응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이 4일 친서를 보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이튿날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보냈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을 고리로 남북이 대화의 끈을 이어온 가운데 미국이 방역 협력 가능성을 제기하고 북한이 이를 공개한 것은 남북은 물론 북미관계 개선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이다.

김용현 교수는 "미국이 방역 협력에서 일정 부분 '공간'을 열어준 만큼 남북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남한이 북한을 '지원한다'는 인상을 주는 대신 '협력'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 간 방역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북미 간 향후 대화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그 가능성을 속단하기 어렵지만 남북미 간 방역 협력에서 물꼬가 트인다면 이를 발판으로 삼아 북한 개별관광이나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장기화하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교착도 풀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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