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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현장] 예배 자제 그렇게 당부했건만…“6·25 때도 예배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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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교회 온라인 예배 대체하는 가운데…

몇몇 교회들 “교인 원한다”며 현장 예배 강행

일부시민 “국가 협조 요청 무시…이기적” 교회 비판

헌금 등 재정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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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이 하나둘 교회로 모여들었다. 부모 손을 잡고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고, 교회 현관문 앞에는 발열 측정기도 설치돼 있었다. 22일 오전 대전 서구 ㅅ교회로 교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전시 공무원들이 교회를 찾아 현장 예배 자제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교회 쪽은 “성도들이 교회에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교회 오아무개 담임목사는 한국전쟁의 사례를 들어 취재진에게 현장 예배의 중요성을 강변했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 6·25 전쟁 때도 예배를 지켰습니다. 기독교인에게 예배는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온라인 예배도 겸한다. 그러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그걸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평소와 달리 예배 참석자는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평소 이 교회의 오전 11시 주말 3부 예배에는 2천여명이 참석하는데, 이날은 어린이와 어린이 돌봄 교사를 포함해 160여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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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ㅊ교회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150여명의 신도가 예배당 자리를 띄엄띄엄 채웠다. 이 교회는 강서구의 대형교회 가운데 유일하게 현장 예배를 강행한 곳이다. 등록 신도만 8천여명이고 평소 낮에 네번 열리는 예배에는 3천여명의 신도가 참여하지만, 이날은 800여명의 신도가 교회에 나왔다. 강서구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교회에 와 놀랐다”며 “발열 점검은 잘하고 있지만, 무증상자가 있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과 8일 예배를 강행했다가 70명의 관련 확진자가 나온 ‘은혜의 강’ 교회가 있는 경기도 성남 지역에서도 현장 예배는 계속됐다. 성남에서는 이날 중소형 교회 396곳이 문을 연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보름 동안 주말 예배를 자제해달라고 21일 요청했지만, 이튿날인 이날 여전히 전국의 많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교회 6490곳 가운데 34%인 2209곳에서 현장 예배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 요청으로 교회 1839곳의 현장점검에 동행했다. 대전시도 시내 교회 2400여곳 가운데 700여곳이 주일 현장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시·구청 공무원 1천여명으로 현장점검반을 꾸려 교회를 찾아 현장 예배 자제를 요청했다.

일부 교회 앞에서는 시민들의 ‘예배 반대’ 항의도 벌어졌다. 서울 화곡동 ㅊ교회 앞을 지나던 주민 허아무개(40)씨는 “국가가 민주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너무 이기적이다. 신천지와 무엇이 다르냐”고 소리를 질렀다. 예배를 강행한 구로구 ㅇ교회 앞에는 흰색 방역복을 입은 인근 주민 수십명이 나와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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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것은 헌금 등 재정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배 자제 요청이 3주째 이어지면서 일부 교회들이 재정 문제 때문에 현장 예배를 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주에 견줘 대전에서는 100여곳의 교회가 추가로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김기성 송인걸 최예린 이정규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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