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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베네치아 찾은 백조와 돌고래”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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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코로나로 오버투어리즘 중단돼 생태 회복” 사진 공유

검증 결과, 베네치아 아닌 부라노섬과 사르데냐섬 사진


한겨레

코로나19 관련해 세계보건기구가 정보전염병(인포데믹)을 경고한 것에서 드러나듯, 코로나19 관련한 왜곡정보와 가짜뉴스의 폐해가 크다.

성남 은혜의강 교회는 소금물 소독이 코로나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믿고 신도들 입에 소금물 분무를 한 뒤 3월 두 차례(8, 15일) 예배를 강행했다가 50여명 넘는 감염자를 발생시켰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주민은 지난 7일 공업용 알코올(메탄올)을 물고 섞어 소독제로 썼다가 가족 3명이 중독 증상을 일으켜 병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달초 이란에서는 수십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메탄올을 마시고 사망했다.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 허위정보말고도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는 다양하다. 세계적 관광도시인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예기치 않은 환경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뉴스도 나왔다. 베네치아에서 관광과 이동이 중지되면서 수질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부수 효과’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들 뉴스는 탁하고 오염된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진 덕분에 돌고래가 헤엄치고 백조가 돌아왔다는 사진을 통해 예기치않은 오버투어리즘 중단의 ‘부수 효과’를 전달했다.

출발은 인터넷에서 널리 공유된 트위터 사진과 글이었다. 인도 뉴델리에 살고 있는 여성 카베리 가나파시 아후자는 지난 17일 백조 사진 등을 올리면서 “팬데믹의 예기지 않은 부수효과가 있다. 베네치아 운하가 사상 처음으로 맑아졌다. 물고기가 보이고 백조가 돌아왔다”고 적었다. 이 트윗은 백만번 넘게 좋아요와 공유가 일어났고, 언론에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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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이비시(abc)뉴스’는 지난 19일 “베네치아 관광중단으로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운하가 맑아졌으며 운하에 백조가 돌아오고 항구에 돌고래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베네치아 운하에서 물고기 떼가 헤엄치는 모습의 사진과 운하 다리에 백조가 노니는 사진, 돌고래 2마리가 헤엄치는 사진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지난 20일 이들 사진을 검증한 바에 따르면, 베네치아 운하에 돌아온 백조 사진은 부라노섬의 사진이다. 부라노는 베네치아에서 여객선을 타고 40여분 항해 뒤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부라노섬은 베네치아 석호 안의 섬이고 운하도 있지만 관광객으로 넘치는 베네치아와 수질 환경이 상당히 다르다. 원래 주기적으로 백조가 찾아오는 곳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검증 결과, 돌고래 2마리가 나타난 곳도 베네치아의 운하나 항구가 아니었다. 이탈리아 서부에 있는 지중해에서 코르시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인 사르데냐의 항구에서 촬영한 동영상이었다. 이탈리아의 영토이긴 하지만 베네치아에서는 약 800km 떨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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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얼마나 쉽게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를 알려준다. 베네치아 운하의 탁도가 개선돼 물이 맑아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에이비시뉴스>는 베네치아 석호시스템 연구컨소시엄의 책임자 피에르파올로 캄포스트리니 인터뷰를 통해 “물이 투명해졌다고 물이 깨끗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수상 교통 감소로 침전물이 가라앉은 것과 낮은 물의 온도 영향이다”라고 말했다.

베네치아 관광이 중단돼 곤돌라와 모터보트 등 수상교통이 중단돼 운하의 탁도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물이 깨끗해져 백조와 돌고래가 돌아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진과 글의 일부는 사실이고 개연성 높은 내용이지만, 전체적으로 거짓정보이고 의도적 오해를 만들어내기 위해 구성된 정보라는 점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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