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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주간 문재인]文, 韓銀에 이틀 연속 “감사, 감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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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美 연준과 600억弗 통화스와프 체결

600억弗=2008년 증발한 외환보유액 맞먹어

최근 금융시장 극단적 ‘쏠림’ 완화될 듯

달러화 부족현상 완화…주식·외환·채권 ‘호재’

이데일리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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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한국은행이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중략)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중앙은행으로서 국가의 비상경제 상황에 책임 있게 대응하며 모든 금융권을 이끌어주신 적극적 노력에 감사합니다.” (3월 19일, 제1차 비상경제회의)

“한국과 미국이 11년만에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그간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경제 상황에 책임 있게 대응하며 위상을 강화해왔는데, 이번 성과 역시 그 결과라고 봅니다.” (3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행에 특별히 사의(謝意)를 표했습니다. 지난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서입니다.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은의 ‘독립성’을 의식해 대통령은 물론 정부도 한은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니까요.

문 대통령이 한은을 두 번 언급한 것은 그만큼 한은이 이번주 국내 경제상황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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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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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유동성 ‘급한 불’ 진화

이번주 한은의 성과는 ‘유동성’ 문제에 일단 숨통을 틔워줬다는 점입니다. 원화 유동성과 달러화 유동성 문제에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최근 유동성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이 모두 요동치는 불안정한 모습이었는데요, 이런 상황을 일단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에 한은이 측면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안됐습니다.

한은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기금(증안기금) 자금 공급에 기여합니다. 펀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재정·금융 당국뿐 아니라 중앙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참여하는데요, 이 같은 조치에 한은이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주식을 찍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 채안펀드와 증안기금이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한국은행발 양적완화’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엄밀히 따졌을 때 중앙은행이 직접 회사채 등을 사주는 양적완화와는 다르지만, 시장 안정 측면에서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겁니다. 시장 참여자들 역시 일단 일정 부분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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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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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弗 마이너스 통장 뚫어

더 크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미 통화스와프’입니다. 달러 ‘마이너스 통장’을 뚫었다는 뜻인데요, 최근 달러 부족 현상이 극심했던 만큼 상황을 일단 안정시킬 수 있는 확실한 ‘한방’입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와 60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양자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기간은 최소 6개월로, 오는 9월 19일까지이며 연장 가능성도 있습니다.

달러 유동성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외환시장에 모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최근 극단적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시에 폭락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보통 위험자산인 주식의 가격과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급락한 겁니다. 자산이라면 뭐든 팔아서 달러화로 바꾸겠다는 수요가 급증해서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두드러졌습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을 살펴보니,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달 하순부터 국내 주식을 ‘묻지마’ 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번달 20일까지 대략 한 달 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무려 13조5563억원을 내다팔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코스피지수가 2079 정도였는데요, 지난 20일에는 1566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무려 25%가 하락한 겁니다.

다른 시장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도 선물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가장 안전한 국고채부터 투기등급 바로 위쪽인 회사채(BBB-) 금리가 모두 급등(가격 급락)했습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자산을 팔아치워 마련한 원화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로 교환됐습니다. 현물환시장과 선물환시장에서 모두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습니다.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들리기 직전인 19일 당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45.7원에서 1285.7원까지 하루 만에 40원 폭등(원화 가치 하락·달러화 가치 상승)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았던 지난 2009년 3월 30일(+42.5원) 이후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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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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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弗=2008년 증발한 외환보유액 맞먹어

한·미 통화스와프가 아니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격이 치솟는데도 계속해서 달러화 수요가 나타나고 있었는데요, 이는 한국에 달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측면도 컸습니다. 달러가 부족해지면 점점 달러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 뻔하니까, 먼저 달러화를 마련하는 것이 이득이니까요.

한·미 통화스와프로 마련할 수 있는 600억달러는 4000억달러(지난달 기준 4091.7억달러) 수준인 한국 외환보유액의 15% 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정부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달러화 곳간이 4000억달러에서 4600억달러로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8개월간(3월→11월) 2642억4600만달러에서 2005억600억달러로 637억4000만달러 정도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봐도 한·미 외환스와프 규모는 상당합니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한 외환보유액 만큼을 미국에서 빌려올 수 있게 됐다는 거니까요.

실제 금융시장은 즉각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다음날(20일) 원·달러 환율이 39.2원 급락(원화 가치 상승)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2009년 4월 30일(-58.7원) 이후 최대폭 급락한 겁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진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달러화를 구하기 위한 극단적 투매가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실제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44% 급등했습니다. 코스닥 지수는 9.20% 올랐습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1.193%→1.107%)도 8.6%포인트 급락(가격 급등)했습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은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초래된 것이었다”면서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극단적 투매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도 안정화 영향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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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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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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