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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시중 유통 지폐, 2주 격리 후 150도 살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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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통한 코로나19 감염 우려…한국은행, 깐깐해진 방역

수많은 사람들의 손 거치는 지폐…중국 인민은행은 현금 파쇄하기도

한은 “메르스 때보다 조치 강화”

2월 온라인 카드 승인액 34% 급증‘간편결제’ 일상화 분기점 될 수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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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수송업체 직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정사를 마친 화폐를 금융기관에 지급하기 위해 수송차량에 옮기고 있는 모습(위 사진)과 한은 강남본부 내에 보관 중인 제조화폐.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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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가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으므로 전자결제 등의 지불 수단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지폐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타고 다양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다”며 “지폐를 만진 후 손을 반드시 닦고 되도록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영국의 팩트체크 전문 비영리단체 ‘풀팩트(Full Fact)’가 WHO에 확인해보니 지폐가 아닌 다른 지불 수단을 사용하라고 공식 권고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의문은 남는다. 지폐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주로 감염자에게서 나온 비말(침방울)로 전파되지만 엘리베이터 버튼, 지폐와 같은 물건에 침방울이 묻어 퍼질 수 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학병원, 보훔루르대 연구팀은 일반 감기 증상을 나타내는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가 상온에서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 표면에 묻었을 때 평균 4~5일, 최대 9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코로나19의 상온 생존 기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각국·중앙은행, 지폐 파쇄 또는 소독

과학적인 분석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폐를 통한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지폐를 만진 후 손을 씻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정기적으로 손 씻을 것을 권고했다. 이란은 지폐를 되도록 쓰지 말 것을 권했다. 중국은 지폐를 파쇄했다. 인민은행의 일부 지점들은 병원, 재래시장, 버스 등에서 회수된 현금을 따로 분류해 파쇄했다. 지폐를 따로 소독하기도 한다. 베트남 중앙은행도 지난 12일 사용한 모든 지폐를 소독하고 보관한 후 다시 유통해야 한다는 긴급 요청을 보냈다.

한국은행은 화폐 관리를 강화했다. 지난 1월부터 해외에서 들어온 원화 지폐·동전 교환 업무를 중단했고, 지폐는 2월부터 2주간 격리하고 있다. 2주간 금고에서 보관한 후 정사 처리한다. 화폐 정사는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고 손상 화폐를 구분하는 업무를 말한다. 정사 처리가 끝나면 포장을 하는데, 포장 과정에서 150도 고열에 2~3초 정도 노출된다. 포장지 내부 온도도 42도 정도여서 살균효과가 있다.

정복용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사스·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는 60도 이상 고온에서 감염성이 약화되고 37도 실온에서 2시간이 지나면 감염 효과가 소멸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고열에 노출된 후 투명비닐로 압축포장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고온에 노출되므로 걱정을 덜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이렇게까지 지폐를 관리하지 않았다. 정 팀장은 “메르스는 코로나19만큼 전파력이 강하지 않아 화폐를 통한 감염 우려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낮추고자 조치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폐는 시중은행에 입금되면 은행에서 1차 정사를 하고 한은에서 최종 정사 작업을 한다. 시중은행에서 정사 작업 후 손상된 화폐를 구분해오면 한은에서 이중으로 확인하는 구조다. 코로나19 이후 한은과 시중은행들은 정사실 소독과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 “신용카드·동전, 바이러스 오래 생존”

신용카드나 동전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지폐보다 신용카드 또는 동전처럼 딱딱한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병원 산하 뉴욕장로병원의 임상 미생물학자인 수전 휘티어 박사는 미국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폐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전파 매개체는 아니지만 카드는 그럴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말했다. 휘티어 박사는 “누군가 기침을 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계산대 너머로 건네준다면,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페나 동전, 카드 등 지불 수단에 따른 감염 위험도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 등 우리 주변의 불안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시점에선 손에 자주 닿는 물건을 알코올이 묻은 천으로 자주 닦고, 손을 자주 씻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가 간편결제 비중을 높이는 분기점이 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현금 대신 전자결제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비대면 결제 비중이 높아졌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승인 실적을 보면 2월 온라인 카드 승인액이 9조4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 급증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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