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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총선 후 합당” 열린민주, 2008년 친박연대 전략 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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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민주 김의겸 “민주·열린민주, 빨리 한몸 돼야” / 2008년 “총선 후 복당” 공언했던 친박연대와 유사

세계일보

2008년 친박연대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얼굴을 선거 포스터에 등장시키고 “총선 후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두 당은 한 몸이 돼야 한다. 그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 후보가 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다. 두 당이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현재 자신이 속한 열린민주당이다. 열린민주당이 창당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총선 후 합당’ 카드부터 꺼내든 것이다.

이를 두고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선거가 끝나면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과 합칠 것”이라고 공언하며 선거운동을 펼친 끝에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결국 약속한대로 복당을 이뤄낸 ‘친박연대’의 전략을 차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6석과 비례대표 8석을 포함해 14석을 얻으며 파란을 일으킨 ‘친박연대’는 원래 한나라당 공천 탈락 및 그에 대한 불복이 창당의 계기가 됐다.

‘친이(친이명박)’가 주도하던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박(친박근혜)’ 쪽에 섰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서청원 의원 등이 대거 친박연대로 옮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워 선거에 도전한 것이다. 한국 정당사상 특정 정치인 이름(박근혜)을 딴 아주 희귀한 정당으로 기록됐다.

애초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 지도부는 친박연대 구성원들에 대해 “총선 후에도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친박연대 대표를 맡은 서청원 의원은 “친박연대가 많은 의석 수를 확보하고, 또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이 되지 못 하면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오히려 사정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결국 총선 후 가까스로 과반 의석이 돼 원내 한 석이 아쉬웠던 한나라당은 복당 불허 방침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 비례의원 공천 과정의 돈거래 의혹 파문 등으로 일부 인사는 한나라당 복당이 불발에 그쳤으나, 지역구 당선자를 비롯한 상당수가 결국 총선 전에 공언한대로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탈 수 있었다.

세계일보

열린민주당의 4·15 총선 관련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들이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김의겸 전 대변인은 열린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 “가장 적절한 시점에 (더불어민주당과) 합쳐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든든한 두 개의 기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글에선 열린민주당을 가리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강하고 선명한 민주당”이라고 불렀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열린민주당이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김 전 대변인 등을 겨냥해 “우리 당 공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그런 판정을 앞두고 미리 불출마 선언을 하신 분들, 또는 경선에서 탈락된 분들이 그쪽 20명 예비후보 명단에 들어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총선 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칠 가능성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친박연대 복당 불허 방침’과 대단히 비슷해 보인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문재인정부 성공을 기원하고 조국(불구속기소)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등의 ‘선명성’을 놓고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며 “열린민주당이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만큼의 성공을 거둘 경우 민주당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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