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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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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부인암 3중 진료시스템 도입, 조기 진단율↑ 난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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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 때 여성 의사 배치

‘업그레이드 첨단 치료’ 적용

암 수술 후 ‘마음 치료’ 병행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중앙일보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김민정·노주원·한경희 교수(왼쪽부터)가 병원 내 방사선 발생 장치 사용실에서 20대 환자에게 최신형 항암 방사선 치료 장비인 ‘바이탈빔’ 치료 전 암 치료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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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죽는 병’인 시대는 지났다. 암에 걸려도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 국내 암 5년 상대 생존율이 70.4%(2017 국가암등록통계)에 이른다. 이젠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치료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소절개 및 침습 수술, 유전자 변이에 기반을 둔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이 개발·도입된 배경이다. 의학 발전의 성과다.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조기 진단율을 높여 치료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치료 후 신체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우울감 등 정신적인 부분을 보듬는 것이다. 특히 부인암(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 치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요소다.

지난 1월 6일 개원한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는 치료율을 높이는 첨단 치료법·시스템 도입과 함께 이들 요소를 해결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나섰다.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혼 여성 13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임기 여성 출산 건강 관리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생식 건강에 이상을 느낀 여성 중 절반이 넘는 56.9%가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의 조기 진단율이 낮은 이유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다.



젊은 환자 심리적 부담 크게 줄여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는 부인암 환자의 진단·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장치를 진료시스템에 전격 도입했다. 첫째는 ‘여성 의사 배치’다. 산부인과 외래 진료에 여성 의사를 필수 배치했다. 이는 남성 의사에게 산부인과 검진을 받기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여성의 심리적 문턱을 낮춰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곳 전문의

8명 가운데 여성 전문의(3명)인 노주원·김민정·한경희 교수가 오전·오후 스케줄을 긴밀하게 짜 여성 의사의 진료 공백을 메웠다. 어느 시간대에 병원을 방문해도 여성 의사에게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여성 의사 배치 시스템은 종합건강검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민정 교수는 “건강검진센터에서 부인과 질환이 발견되면 부인종양센터·난임센터·분만센터가 연계해 환자의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치료율이 높은 치료법을 고안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한 조기 진단율 향상은 특히 부인암 중에서도 난소암을 극복하는 기폭제로 기대를 모은다.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환자 10명 중 8명은 암이 3~4기가 돼서야 발견된다. 이 경우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아도 5년 생존율이 30~40%에 그친다.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85% 이상으로 오른다.

둘째는 ‘업그레이드 첨단 치료’다. 부인암 치료 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한 업그레이드 치료법을 적용한다. 그 예가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궁절제술을 시행할 때 골반 신경을 살려두는 ‘신경 보존 광범위 자궁절제술’이다. 이 센터 노주원 교수가 해외 연구결과를 참고해 2003년 대한부인종양학회에 처음 선보인 고난도의 수술법으로, 기존의 광범위 자궁절제술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기존 수술법은 자궁뿐 아니라 골반 신경을 포함한 자궁 주변의 조직까지 절제한다. 이때 골반의 신경까지 없어지면서 수술 후 상당 기간 소변줄을 끼워야 할 정도로 배뇨 기능이 마비된다. 반면에 노 교수의 신경 보존 광범위 자궁절제술은 골반 신경을 남겨둔다. 노 교수는 “골반 신경을 보존하면 수술 후 빠르면 일주일 이내 소변 배출 기능이 정상화된다”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 치료는 가임력을 잃을 수밖에 없던 기존 부인과 질환에도 적용해 임신의 길을 열어준다. 대표적으로 자궁선근증이다. 자궁선근증은 암은 아니지만 ‘난임의 암’으로 불릴 만큼 임신을 방해한다. 이 질환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으로 파고들면서 자궁을 딱딱하게 해 착상을 방해한다.

기존의 자궁선근증 표준 치료법은 자궁을 적출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임신은 불가해진다. 노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자궁선근증 감축술’은 자궁 일부를 남겨 가임력을 유지하면서 선근증 병변은 최대한 없앤다. 이 수술법은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노 교수는 “임상연구에서 이 수술법으로 환자 30%가 임신·출산에 성공했고 95% 이상은 수술 후 생리 과다, 생리곤란증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가임력 유지, 부작용 최소화 역점



업그레이드 치료는 의사의 손기술뿐 아니라 치료 장비에도 적용된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는 세계 최신 버전의 항암 방사선 치료 장비인 ‘바이탈빔’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 부인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는 자궁 주변에도 영향을 미쳤다. 난소가 손상돼 가임력을 잃을 수 있고, 장·방광 점막이 손상돼 혈변·설사·혈뇨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 바이탈빔은 환자의 장 움직임, 호흡 시 움직임 등을 입체적으로 계산해 환자의 병변에만 방사선을 쬔다.

셋째는 ‘암 치료 후의 마음 치료’다. 부인암 환자 상당수는 암 수술 과정에서 환부 제거로 인한 여성성 상실감, 항암 치료 후 탈모·폐경 등 신체적 변화를 겪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암 치료 후 난임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한경희 교수는 “부인암 수술로 마음이 지친 환자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 명상치료 프로그램, 마음챙김 인지요법 등 ‘암 환자의 감성 치료시스템’을 가동한다”고 언급했다. 마음챙김 인지요법은 이미 국내외 정신의학 분야에서 우울장애의 1차 선택 치료법으로 효과가 입증됐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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