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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9.2% vs 0.3%… 이탈리아·독일 치명률 30배 차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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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중위 연력 47세로 16세나 낮아

젊은층 감염자 많아 사망률 하락

伊 병원들 이미 환자로 포화 상태

獨 인구당 중환자 병상수 2배 넘어

獨, 경증 환자 대상 광범위 검사

사후에 검사 안 하는 것도 영향
한국일보

이탈리아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21일 군 트럭을 동원해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들을 페라라의 공동묘지로 옮기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베르가모의 공동묘지 수용량이 포화 상태에 놓여 약 200㎞ 떨어진 페라라까지 시신을 운반해야 했다고 밝혔다. 페라라=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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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대 0.3%.

이 극명한 대조는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치명률을 나타낸다. 23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5만9,138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독일(2만4,873명) 역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두 나라 모두 확산세가 가파르다는 공통점도 있다.

단, 치명률을 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선 5,476명이 숨진 반면, 독일에선 93명만 사망했을 뿐이다. 치명률은 누적 확진자 대비 사망 비율을 뜻한다. 둘 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적지 않지만 무슨 영문인지 이탈리아만 유독 더 많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런 차이를 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감염 연령대부터 공중보건 시스템, 통계 집계 방식 등 각종 이론을 동원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 수치에 근거해 공표한 코로나19 평균 치명률은 3.4%. 하지만 미국 보건당국 등 여러 전문가들은 각국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경증ㆍ무증상 환자까지 합치면 실제 치명률이 1%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명률도 1.24% 정도다.

압도적으로 높은 이탈리아의 치명률을 두고 그간 ‘세계 2위 초고령사회’라는 설명이 자주 언급됐다. 그러나 독일도 초고령사회인 것은 마찬가지다. 유엔인구국(UNP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이탈리아와 독일이 각각 22.8%, 21.4%이었다.

진짜 핵심은 주 감염자 연령대에 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최근 독일 확진자의 중위 연령이 47세로 이탈리아(63세)보다 16세나 낮다고 공개했다. 코로나19는 나이가 많을수록 치명적이어서 고령 감염자가 많으면 치명률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내 확진자 40%와 사망자 87%가 70세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독일 초기 감염자 상당수가 이탈리아ㆍ오스트리아에서 스키 휴가를 다녀온 젊은층이었다”고 밝혔다. 두 보도를 종합하면 독일은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발병한 덕분에 치명률을 낮출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중보건 시스템도 차이를 만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북부 이탈리아 병원들은 이미 포화 상태이나 독일 병원은 아직까지 장비를 비축하고 인력을 재분배할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해 독일 내 중환자실 병상은 총 2만8,000여개로 인구 1,000명당 6개꼴인 반면, 이탈리아는 2.6개라고 설명했다. 의료 환경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결정한 또 다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의료진 확진자 수가 벌써 2,000명을 넘어섰다.

실제 치명률과 무관하게 양국의 코로나19 검사 규모 및 통계 집계 방식에서 나온 일종의 ‘착시 효과’라는 견해도 있다. 하루 최대 1만2,000건 검사가 가능한 독일은 이탈리아와 달리 확산 초부터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도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했고, 따라서 치명률도 낮게 나타난다는 게 외신의 공통된 분석이다. 독일에서 사후(死後) 코로나19 진단이 보편화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독일은 확진 판정 전 집에서 사망할 경우 통계로 잡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코로나19 발병ㆍ치료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역시 언제든 노인 감염자가 늘고 의료 체계가 마비될 수 있어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타 빌러 RKI 소장은 가디언에 “장기적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치명률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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