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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당뇨 다스리기 50년, 최고 보약은 감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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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 후회 없이 살았다 - 제132화(7666)

100세 시대 자기관리법

젊은 시절 초콜릿·사탕 과다 섭취

운동·소식으로 당뇨 부작용 줄여

시곗바늘 같은 규칙적 일상생활

정기적 골프모임으로 건강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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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균씨가 제주신영영화박물관 입구에 있는 영화 ‘친구’(2001)의 주연 장동건·유오성 모형과 함께 서 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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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전화가 걸려 왔다. 15·16대 국회의원을 함께하며 우정을 이어 온 유흥수(83) 전 주일대사였다. 그는 조금 전 한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내 기부 소식을 듣고 “이분이 돌아가시고 좋은 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며 “신 회장님, 오래 살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나도 기분 좋게 웃어넘겼다.

1928년생이니 올해로 만 아흔둘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가 다가왔다 해도 건강하게 나이 들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느냐,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중뿔나게 특별한 건 없다.

내 일상은 매우 규칙적이다. 보통 밤 10시에 잠들고, 다음 날 오전 6시에 일어난다. 오전 8시 30분께 아침을 먹고, 10시쯤 명동 사무실로 나간다. 출근 전 아내가 끓여준 콩국을 잊지 않고 마신다. 점심은 조미료를 최소화한 메뉴로 소식(小食)한다. 오후 3시쯤 헬스클럽에서 가벼운 근육운동, 러닝머신을 두어 시간 하고 귀가한다. 매일 5000보 넘게 걸으려고 노력한다.

사극 연기 하느라 기관지 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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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롭지만 시곗바늘 같은 생활이다. 배우 시절 사극을 많이 해 목에 무리가 간 까닭인지 기관지가 약해졌다. 20여년 전부터 아내가 맥문동·여주·오미자 등을 넣고 종일 달인 물을 매일 챙겨주고 있다. 내가 지금껏 건강한 것은 아내의 덕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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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신영균씨. [사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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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40대 들어 당뇨를 얻으면서다. 다리 쭉 펴고 잘 시간도 없이 촬영을 강행하다 보니 대기 시간에 초콜릿·사탕 등을 많이 먹었다.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보충하려는 뜻에서였다. 과유불급이었다. 단것을 즐기다 보니 당뇨가 찾아왔다.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건강만큼은 자신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술을 많이 하지 않고 담배도 멀리했지만 ‘경고등’이 한 번 켜지고 나서는 더욱 철저하게 몸을 아끼게 됐다.

운동은 주로 골프를 한다. 가끔 필드에 나가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62년 찍은 한 영화(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주인공이 골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촬영을 위해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어느덧 구력(球歷) 58년에 달하지만 기량이 빼어난 건 아니다. 그 당시 폼만 잡았지 제대로 골프를 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컨트리클럽이었던 서울CC에서 레슨을 받고 영화 촬영을 했다. 감독 지시에 따라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내가 대단한 골프 솜씨라도 지닌 줄 알았겠지만 그건 영화 속에서나였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필드에 나갈 기회도 전보다 자주 생겼다. 동료 배우 김진규·곽규석씨 정도가 초창기에 같이 즐기던 멤버다. 영화계에서 좀 멀어진 80년대부터는 ‘화목회’라는 친목회를 결성해 한 달에 2~3회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도 했다. 영화배우 신성일, 허창성 삼립식품 회장, 예비역 장성들, 당시 내가 몸담았던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멤버들이 주요 골프 메이트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만든 ‘장수클럽’에도 들어갔다. 한 달에 두 번 남짓 안양CC·이스트밸리CC에서 번갈아 정기 모임을 했는데 요즘에는 생각처럼 자주 가지 못하고 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정재철 전 의원 등 20명 정도가 회원으로 있다. 80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데 기존 멤버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60대 이후엔 체중 70kg 초반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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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김선희 여사와 함께한 모습. [사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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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맥회’라는 모임도 있다. 배명인 전 법무부 장관이 회장이고 주로 기업인이나 군 장성 출신, 장관이나 대사 출신이 다수다. ‘유유회’라는 모임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유흥수 전 주일대사, 윤세영 전 SBS 회장, 허억 삼아제약 명예회장, 전유철 전 감사원장 등 6명이 멤버다. 서울대 출신 골퍼로 구성된 ‘관악회’도 있다. 배우 중에서는 정혜선·손숙·문희·이순재·안성기 등과 종종 골프를 즐긴다. 요즘 몸이 그리 좋은 않은 남궁원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누구나 공감하듯 골프의 매력은 좋은 공기를 마시며 많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 시절엔 체중이 85㎏까지 나갔지만 60대 이후 꾸준히 70㎏ 초반을 유지해온 건 골프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실수 안 하고 치면 보기 플레이로 80대 후반 타수가 나온다. 비거리는 150~200야드 정도 된다. 골프에 더욱 깊이 빠졌다면 아마 골프장을 하나 인수했을지도 모르겠다.

정기적인 운동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음가짐이다. 긍정적인 사고와 감사하는 태도가 진정한 ‘불로초’가 아닐까 싶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라고 본다. 밤 12시(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가 있던 60년대 초반의 일이다. 야간 촬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부인이 도로 위에 누워 있었다. 급히 차를 세웠다.

“아이가 곧 나올 것 같아요. 죄송한데 병원까지 좀 태워주실 수 없을까요.” 만삭의 여인은 통증이 심해 배를 움켜쥐고 길바닥에서 도움을 청했다. 당시 경찰에서 야간 촬영이 잦은 배우들에게 심야 통행증을 발급해줬는데, 그 부인이 다행히도 나를 만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이가 나왔다. 내 일처럼 기뻤다. 인연은 이어져 그 부인은 아이 첫돌 때 우리 집에 인사를 오기도 했다. 그 아이가 장성해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았다는 얘기도 건너 들었다. 새 생명의 탄생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신께서 내게 장수라는 선물을 주신 건 아닐까,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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