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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탁류청론]신속한 피해복원·경기회복에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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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일명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란이 국내외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현금성 소득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 보여줄 신속한 피해 복원과 경기 회복이라는 기대 효과 때문일 것이다.


현금성 소득 지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처해 생계 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요식업ㆍ관광업ㆍ운수업 종사자 등 수많은 국민이 빠르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긴급 처방이다. 게다가 복잡한 절차 없이 최소한의 조건만 확인하는 절차적 단순성, 정부가 각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직접성, 수급자들의 자유로운 시장적 선택을 보장해준다. 위와 같은 필요성에도 몇 가지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재난기본소득이란 명칭의 문제다. 엄격히 말해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소득(basic income)의 원형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대표적 차이점으로 국민 모두에게 중단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중요한 속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재난이라는 긴급한 상황에서 국민 일부에게 일회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긴급재난수당 혹은 특별재난수당 정도가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무난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만 선별 지원하거나 여러 계층으로 나눠 차별 지원할 것을 주장하지만 이는 선별에 소요되는 행정비용이 너무 크고 자칫 지원의 타이밍을 놓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5000만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자니 재정 확보도 문제이지만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나 빈자 선별적이 아닌 일부 고소득층만을 제외하는 부자 배제적(네거티브적) 방식이 설득력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가장 무난한 방식은 상위 20%와 20세 미만을 제외하는 방안으로, 이렇게 설계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10조원 정도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전달 체계 역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지자체는 사후 중앙정부의 재정 보조를 전제로 지역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중앙정부는 고소득층 일부를 제외한 국민 일반에게 준보편적으로 긴급재난소득을 지원하는 중앙-지자체 간 역할 분담이 적절해 보인다. 가능하다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일부를 지자체 맞춤형 지원에 할당하고 2차 추경은 모두 긴급재난소득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지급 방법은 지역화폐 및 현금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지역화폐가 준비된 지자체는 지역화폐나 지역상품권을 활용토록 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처 준비가 안 된 지자체는 직접 현금 지원을 하는 수밖에 없다. 고민스러운 문제는 지급 시점인데, 지역화폐는 사용 기간 설정을 통해 소비 시점을 통제할 수 있지만 현금의 경우 자칫 전 국민이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쳐놓고 지급 타이밍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원 대책을 마련해놓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제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에게 심리적 위안과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긴급재난소득은 복지 정책이자 동시에 경제 정책이다. 위기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복지 정책이면서 직접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이다. 그동안 개인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를 부득이 강제하던 국가가 이제는 개인적 '소득'을 보장하고 사회적 '통합'을 추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은민수 고려대학교 공공정책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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