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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단순 암기 방식, 더는 안 돼… 코로나 후 교육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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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을 맞이하게 됐다. 사실 4월도 조마조마한데, 이참에 9월 학기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 보자는 목소리가 높다. 9월 학기제가 시행되면 학년 말 되풀이하는 학사 파행이 줄고 애매한 봄방학과 새 학년 준비 기간 부족 등의 문제도 줄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호주와 일본 정도만 시행하는 현행 학기제에서 벗어나면 국제교류와 유학을 준비하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준비 기간 부족, 그에 따른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 등 현실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교육이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거의 해마다 바뀌는 입시는 그 말을 비웃는다. 진보적 교육사상가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는 현대 교육의 난맥상을 풀기 위한 비판적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1970년 처음 출간됐는데, 당시 국내에서는 군사정권 내내 금서로 묶여 있었다. ‘페다고지’는 본래 ‘교육학’ 혹은 ‘아이를 이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이 출간되면서 현대의 교육 행태를 비판하고 새로운 교육을 제안하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프레이리는 ‘부단하고 끝없는 비판적 성찰과 행동’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려면 편향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글을 읽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태도를 갖추는 게 교육의 진짜 목적이라 주장한다. 그래야 세상을 뛰어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리는 억압자와 피억압자로 나뉜 권력관계를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피억압자의 지식과 창의성, 비판적 성찰 능력이 깨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릇을 규정하고 그릇 안에 담길 내용물을 하나하나 떠먹여 주는 방식은 기존 체제를 공고히 할 뿐이다. 프레이리는 탐구 정신과 프락시스, 즉 실천을 통해 학생 스스로 규정되지 않은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 암기에 치중한 현행 교육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교육이다.

책은 1960∼1970년대 낙후한 브라질의 교육적 상황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지금 ‘페다고지’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교육의 목적과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본질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3월 학기제든, 9월 학기제든 상관없다. 20세기 한국은 “교육만이 살길”이라 외치며 발전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교육만이 살길인 게 분명하다.

곳곳에서 ‘코로나19 이후’를 묻는다. 교육의 목적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한 갈래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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