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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4·15 핫스팟/서울 노원갑] `對野협상가` 고용진 vs `對與저격수` 이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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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좌)과 이노근 미래통합당 후보(우).[사진 출처 = 고용진 SNS, 이노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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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득한 '찹쌀떡'이 좋은데 우리 지역 민심은 엎치락뒤치락 '호떡'이랑 비슷하지."

26일 오전 11시20분. 1호선 광운대역 인근에서 만난 김 모씨(53)가 '서울 노원갑 지역구의 4·15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기자 질문에 언급한 발언이다. "30년 넘게 이곳에 거주했다"고 소개한 김씨의 말은 그간 진행된 '노원갑 지역구 총선 역사'를 그대로 함축시켰다. 이 지역구는 지난 2006년 제16대 국회를 시작으로 '현역의원들의 재선'을 허락하지 않은 곳이다. 제16대 국회 땐 새천년민주당 소속 함승희 의원이, 제17대 국회 땐 열린민주당 소속 정봉주 의원이, 제18대 국회 땐 한나라당 소속 현경병 의원이, 제19대 국회 땐 새누리당 소속 이노근 의원이 각각 이 지역구 현역을 역임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용진 의원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의정활동을 펼쳤다. 제21대 총선에서도 이른바 '재선 불허' 현상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래선지 정계에서는 "이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들은 타 후보들보다 '담력(膽力)'이 몇 배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이 지역구 유권자들의 후보 검증이 깐깐하단 얘기다.

서울 노원갑 유권자들의 돋보기 검증대에 오를 여야의 후보군은 현역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노근 미래통합당 후보'다. 두 후보의 정치 행보를 보면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현 지역구에서 의정활동을 펼쳤다는 공통점을 비롯해 각각 상대당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펼친 점이 인상적이다. 고 후보는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원내기획부대표를 역임하며 '야당과의 교섭 전략'을 구사하는 '대야(對野)협상가'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는 야당으로부터 검찰개혁의 일환이자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통과를 이끌었다. 제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을 역임하며 '현 정권 공약 알리기'에 힘썼다. 반면 이 후보는 현역 시절 '민주당 미래권력'들을 향해 날카로운 견제구를 날리는 '대여(對與)저격수'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여권 잠룡'으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둘러싼 의혹(자녀 병역·성소수자 인권헌장·공관견) 관련 진실가리기에 집중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포스코 부실사태) 등에 대해서도 여론의 우려를 전달했다. 상대당을 대하는 두 후보의 이미지는 지역구에서도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이는 두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선보일 가장 큰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우선 '협상가' 고 후보다. 공릉역 인근에 위치한 고 후보 캠프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문구'는 "노원을 아는 우리 사람"이다. '집권당 교섭 총괄 전략통'임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킴은 물론, '힘 있는 지역일꾼'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게 고 후보 측 전언이다. 고 후보 측은 "지지부진하던 숙원 현안들을 임기 동안 상당히 진전시켰다"라며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일해온 후보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고 후보 측이 언급한 숙원사업 현안은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2012년과 2014년에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진행됐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번번이 좌절됐다. 이 사업은 고 후보가 현역 시절 사업방식 변경을 주도해 현대산업개발을 사업자로 선정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이 사안은 사전협상이 막바지에 돌입했고 오는 2021년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다른 성과로는 같은해 착공될 'GTX-C노선 광운대역 정차' 사안이 있다. 고 후보 측은 "현재 서울시장도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집권당"이라며 "노원구의 숙원을 원활하게 매듭지을 '협상가'가 누구겠나"라고 부연했다.

재선가도를 밟는 고 후보에게는 한 가지 암초가 있다. 고 후보의 대외적 이미지가 상대후보보다 미미하다는 것. 오후 1시 월계동 인근에서 만난 곽 모씨(36)는 "본인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으나 총선이 다가와서 지역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고 후보가 집권당 후보임에도 상대방에서 '저격수'로 활약했던 이 후보보다 존재감이 부족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저격수' 이 후보의 캠프도 공릉역 인근에 위치했다. 이 후보 캠프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문구'는 "무능정권 심판"이다. '대여전선 선봉장'임은 물론, '청렴한 공직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라는 게 이 후보 측 전언이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우리 당 경선에서 이 후보는 상대후보를 압도했는데 이유가 무엇이겠나"라며 "노원구 발전을 위해서는 구청장부터 차근차근 지역을 위해 봉사한 이 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후보는 이번 선거의 슬로건으로 '일잘한다-깨끗하다-성실하다'"라며 "행정고시(제19회)에 합격한 후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점을 부각시켜 '현 정권의 내로남불 상황'과 차이점을 두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 측이 언급한 '현 정권의 내로남불'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말실수' 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는 지역구 내 숨어있는 '보수표'를 집결시키는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이 후보 측은 기대했다.

지역구 탈환을 시도하는 이 후보에게도 숙제는 존재한다. 한 차례 고 후보에게 패배한 이력과 지역일꾼 이미지다. 오후 2시40분 월계동 인근에서 만난 김 모씨(여·58)는 "지난 총선에서 고 후보에게 진 이력이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현재 서울시장이나 노원구청장 등이 '민주당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원활하게 이들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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