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한국불교, 호국·기복 아닌 ‘조화’와 ‘융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국불교사

정병삼 지음/푸른역사·3만8000원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건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다. 이후 1700년 가까이 불교는 한민족과 함께 숨쉬며 “사람들의 심성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 불교’를 형성”했다. 역사학자 정병삼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신간 <한국불교사>는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전·후기-조선 전·후기-일제 침탈기와 불교 근대화-현대 한국불교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역사를 정리했다.

이전에도 불교사상사, 명승열전, 사찰과 문화재 등 주제사 저술들은 제법 나왔다. 그러나 불교사 전체를 아우르는 통사 저술은 드물다. 그만큼 방대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김영태의 <한국불교사 개설>(1986년) 이후 본격적인 한국 불교사 저술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가장 최근 통사로는 지난주에 타계한 재야사학자 이이화가 2018년에 쓴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가 있다. 그도 한국 불교의 시원부터 해방 이후 최근까지를 두루 살피되, 특정 장면들을 포착해 ‘이야기’로 풀어냈다.

정병삼은 통사 서술의 정공법을 택했다.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와 엄청난 분량의 원자료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불교 사상과 신앙의 변천을 각 시대 상황과 연결해 해설한다. 위로는 왕실부터 아래로는 민초까지 아우르며 사회통합 기능을 해낸 과정의 서술도 흥미롭다. 한국 불교가 ‘호국불교’, ‘기복신앙’이라는 통념을 깨고, 일제 식민지 불교의 폐해와 해방 이후 1990년대 개혁 노력에 주목하며, ‘조화’와 ‘융합’을 한국불교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으로 꼽은 것은 특히 주목된다. 유교·도교·토착신앙과의 관계, 국가와의 관계, 추복(追福)과 현세신앙 등 굵직하고도 논쟁적인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치하게 궁구한 결실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연속보도] n번방 성착취 파문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