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음란물 제작, 중형 판례 없는 것도 걸림돌
검찰, 성폭행 공범ㆍ범죄단체조직 혐의 등 적용 검토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고영권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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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지속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 판매, 유통시킨 혐의를 받는 조주빈(24)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조씨에게 무기징역 등 중형이 내려지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조씨는 미성년자 등 피해자 76명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해 억원대 수익을 거두면서도, 직접 영상을 촬영을 하거나 성폭행 행위를 하진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씨의 주된 혐의인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ㆍ판매에 대해 그 동안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한 형량을 선고해 온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경찰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한 뒤, 가장 중한 죄명들을 의율해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성폭행 공모 혐의나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이 조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적용한 혐의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12개 혐의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죄명 가운데 법정형(법에서 정한 형량)이 가장 높은 것은 미성년자에 대한 음란물 제작이다. 아동청소년보호법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혐의만으로는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정형이 최대 무기징역이지만, 그동안 법원은 여러 이유를 들어 감형해 왔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를 보면, 2017년 신상정보등록 대상자들 가운데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 혐의로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실형을 확정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전체의 56.6%가 범죄 전력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실형도 1년 이상 3년 미만인 경우가 과반 이상(55.6%)을 차지했다.
‘엄단’을 예고한 검찰은 조씨의 범행 과정이 조직적이고 악랄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선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조씨는 기존의 성착취물을 토대로 피해자들을 지속 협박해 ‘노예 상태’에 이르게 한 뒤, 이들을 착취해 제작ㆍ판매했다. 거부할 수 없는 상태의 이 여성들을 성폭행하도록 유료회원에게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개별 동영상의 촬영 경위까지 철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조씨가 직접 성폭행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씨가 유료회원에게 여성들을 성폭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점이 입증된다면 공범으로 의율할 수 있다. 대법원은 성폭행 행위 자체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망만 본 행위에 대해서도 성폭행 범행의 역할분담을 한 것으로 보고 공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검찰은 조씨를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ㆍ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에 성립한다. 조씨는 유료회원들을 ‘직원’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직원’들에게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성착취물 유포, 자금세탁, 대화방 운영 등의 역할 분담을 내리는 등 그들의 조직이 일종의 ‘통솔 체계’를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면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단체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주고받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범죄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며 “경찰이 적용한 죄명은 수사 과정을 통해 다시 의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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