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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물주될 학생 찾아라" 美대학입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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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근래 들어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대중의 질타를 받는 존재로 몰락한 몇몇 정치인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자녀의 입시에서 반칙을 썼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는 형식적으로나마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만 하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인생의 특별한 관문'은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믿음인지 미국 입시를 통해서 밝혀낸 책이다.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지은이 폴 터프가 수년간 추적 인터뷰를 통해 미국 입학시험이 불평등을 강화하는 과정을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입학사정관제도의 원본 격인 미국 입학사정관제는 구조적으로 '기울어질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빈곤층이라면 공부를 잘하는 것과 별개로 입학사정관의 눈에 들기 어렵다. 왜냐면 사정관이 가장 선호하는 지원자는 '고소득 가정 출신이면서 중하위권 성적'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계층 사다리에서 보다 높은 위치를 밟고자 하는 욕망이 크고, 학비 문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리스크는 작다고 한다.

저자는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이 찾아나서야 하는 대상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돈이 되는 고객, 즉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꺼이 거액의 등록금을 치르는 학생들"이라고 말한다. 이는 대학이 빈곤해졌기 때문이다.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 같은 최고 명문대학이 아닌 재정이 빈약한 대학은 최근 들어 큰 압력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전체 사립대학의 25%가 등록금 수입보다 비용 지출이 많은 적자 경영 상태였다.

가난한 집안 출신 학생이 이런 구조적 어려움을 뚫고 명문대에 입학하더라도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다. 고졸 이하의 부모를 둔 학생들은 자신이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정서적으로 매일 진이 빠진다"고 저자에게 고백한다.

입시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가 치르는 비용을 상세하게 묘사한 데 비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량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쉽다. 지은이는 대학 교육이 하루빨리 공공재적 성격을 회복해야 하며, 시민 차원에서 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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