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김민정의 도쿄 책갈피]코로나19, 4월 총선…다이내믹 코리아는 코너를 제대로 돌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한일본인이 본 다이내믹 코리아의 허와 실

이토 준코 | 한국 현지에서의 보고-세월호 사건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경향신문

저자는 1990년 한국으로 건너가 일본어 강사, 방송 제작, 번역 등을 거쳐 최근에는 재한일본인 및 재일한국인 등의 글을 싣는 동인지 ‘중간쯤 되는 친구’를 발행하는 편집자이다. 일본에서 한국에 관한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 중 가장 많은 지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을 비오(卑汚)하는 기사들이 일본 언론에 난무하는 가운데, 객관성에 입각해 글을 쓰는 흔치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책에선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보는 한·일 간 시각 차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한국인의 일상, 다이내믹 코리아의 문제점과 장점을 깔끔히 정리한다.

책은 ‘세월호 사고’에서 시작한다. 1장 불신은 세월호 사고와 한국이 받은 충격, 2장은 그 후 이어진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체포, 3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과 미투 운동, 일본군 ‘위안부’ 협의에 대한 문 정권의 입장, 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을 다루고 있다. 4장은 한·일의 교육 문제, 5장은 한국에 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 한국에 부족한 것은 ‘시스템’이라고 지적하며, 촛불집회의 강점으로는 ‘다양성’을 꼽았다. 촛불집회 당시 그가 광화문에서 만난 사람들인 “박근혜는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고령자, “공부만 하라고 강요한 어른들이 만든 나라가 이 꼴이다”라는 고교생, “민주화 투쟁으로 다 해결된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되돌아가다니, 30년 만에 광화문에 나왔다”는 40~50대가 등장한다. 일본의 좌파운동가들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품어주는 ‘포용력’이야말로 일본인들이 한국의 운동에서 배워야 할 점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포용력이 발휘되는 이유로 한국의 집회가 ‘애국적’이란 점도 놓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애국심’ ‘민족주의’는 우파의 배제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반면, 한국에서는 ‘애국심’이 ‘조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촛불집회 동기는 ‘정권의 부패’이고 목적은 그 부패를 쓸어버리는 것이며, 한국에서는 애국이 진보의 논리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4장에서는 한국의 학생인권조례를 다루면서 한·일 학생들의 복장 차이, 한국 내 역사 교육과 다문화의 현실, 뜨거운 교육열과 그에 비례한 비교적 평등한 입시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식을 군대에 보낸 일본인 어머니가 아들의 무사 제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부분에서 한국의 분단 문제는 일본인들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내 반일 시위 등 대부분의 시위가 상대에 대한 비판 또는 요구인 반면, 일본의 혐한 시위는 증오와 배제라고 지적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그는 이 한 권을 통해 한국은 과거의 일본이 얕잡아보던 나라가 아니라며, 민주화에 이어 정권을 쇄신한 사회의 미래에 시선을 둔다. ‘그들(한국)은 이미 스타트를 끊은 주자이며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대로 코너를 제대로 돌 수 있을까?’ 코로나19, 4월 총선…. 과연 코너를 넘어지지 않고 돌 수 있을까는 한국에 사는 모든 이들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아닐까.

김민정 | 재일작가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