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책과 삶]복잡한 인간들 ‘일상의 단면’ 엿보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설 보다: 봄 2020

김혜진·장류진·한정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 156쪽 | 3500원

경향신문

“어떤 사람은 전부 알아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데 왜 어떤 사람은 조금만 알아도 다 아는 것처럼 나설 수 있는 걸까.”

장류진의 소설 ‘펀펀 페스티벌’에는 누구나 다 아는 여자와 어디서 많이 본 남자가 나온다. “대성공보다는 폭망하지 않는 게 우선”인 성실한 취업준비생 지원과 “영어도 불어도 아닌 대충 각운만 맞춘 이상한 언어”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노래”하는 찬휘. 두 사람은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처음 만난다.

지원은 합숙의 끝을 장식할 조별 공연 ‘펀펀 페스티벌’의 밴드 무대에서 함께 보컬을 맡게 된 찬휘의 ‘사회생활’을 유심히 지켜본다. 스스럼없이 성과를 부풀리며 타인을 제어하려는 그의 태도를 내심 비꼬는 사이, 지원과 찬휘의 사회적 지위는 점차 벌어져 간다. 지원은 화가 난다. 그럼에도 찬휘의 미모, 그 “좀처럼 볼 수 없는 껍데기”를 소비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일의 기쁨과 슬픔’ 전문가답게, 장류진은 사회생활의 단면을 절묘하게 포착해내는 한편, 남성의 외모를 품평하는 여성의 전복적 시선을 통해 통쾌한 재미까지 선사한다.

‘펀펀 페스티벌’이 수록된 <소설 보다: 봄 2020>은 문학과지성사가 매 분기 선정한 ‘이 계절의 소설’을 엮어 출간하는 프로젝트 <소설 보다>의 일곱번째 단행본이다. 이번엔 김혜진, 장류진, 한정현이 쓴 3편의 단편소설이 선정됐다.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은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선악을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함을 고찰한다. 한정현의 ‘오늘의 일기예보’는 삶에 영향을 준 정치적 사건들을 일기예보처럼 일상적으로 표현했다. 봄처럼 푸르고 치열한 젊은 소설의 현재가 담긴 책이다. 각 소설의 뒤편에는 작가와 선정위원이 나눈 인터뷰가 수록됐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