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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코로나에 집콕만 하는데… 놀이공원 연간이용권·항공 마일리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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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유효기간·환불 등 논란

조선일보

지난 24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코로나 사태로 사람이 뜸하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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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회사 간부인 이모(45)씨는 1년에 10차례 이상 국적 항공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떠난다. 이로 인해 매년 약 6만 마일리지를 쌓는다. 여름 휴가철이면 이 마일리지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걱정이 생겼다. 10년 전 쌓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올해 연말이면 끝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일리지를 쓰지 못하고 날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낳은 또 하나의 논란이 바로 '환불'과 '유효기간'이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기업들은 올 한 해 쓸 수 있는 연간 입장권이나 회원권 등을 팔았다. 문제는 코로나 때문에 이를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것.

대표적인 곳이 항공사다. 대한항공은 2008년 7월 1일 이후 적립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해 연말에 만료되는 마일리지는 승객들이 2010년에 적립한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승객 전체가 쌓아놓은 마일리지의 1~2% 수준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일부 승객은 마일리지를 써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아직 정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업계 전체가 비상인 상황이어서, 마일리지까지 고려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정에 따르면 2010년 탑승으로 적립돼 올해 연말 만료되는 마일리지로는 내년에 예정된 항공권까지는 살 수 있다. 다만 반드시 올해 안에 구매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어 시험도 논란이다. 토익이나 텝스는 시험 성적을 받아든 지 2년 동안만 성적을 인정해준다. 그 기간이 지난 뒤 영어 성적이 필요하다면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코로나가 심각해진 뒤, 시험 주관사인 YBM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15일에 이어, 오는 29일 예정됐던 정기 시험을 취소했다. 다음 달 12일과 26일에 예정된 시험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렇다 보니 일부 취업준비생은 '영어 성적이 없는' 상황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어 시험 연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후 영어 시험 성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YBM은 성적 유효기간을 늘릴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본지 질문에 "특별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했다.

연간 이용권을 판매하는 놀이동산 등도 비슷한 처지다. 에버랜드는 올해 2월 1일 현재 유효한 연간 이용권을 가진 회원들에 대해 유효기간을 2개월(60일) 연장했다. 가령 만기가 2월 28일이라면 4월 2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을 가진 이용객은 10만여명이다. 롯데월드도 지난해 1월 21일부터 올해 1월 31일 사이 연간 이용권을 구입한 고객에 한해 유효기간을 2개월(60일) 연장했다. 하지만 성수기인 봄에 마음 편하게 가지 못할 바에야 환불이 낫겠다는 얘기도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상황을 봐가며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 연간 이용권 구입자는 연간 7만여명 수준이다.

이 밖에 일부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영화 관람권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헌혈할 경우 증정하는 영화 관람권의 유효기간이 3월 말이면 한 달 늘리기로 했다. 나머지 일반 관람권은 최대 6월 말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일반 영화 관람권의 유효기간이 끝나더라도 본인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 3년간 연장이 가능해 큰 문제가 없다. 단 비매품(非賣品)으로 발행된 관람권의 유효기간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반해 오히려 유효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누리상품권이다.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도록 발매되는 이 상품권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금에서 비용을 부담해 액면가보다 5~10% 할인된 금액에 판매한다. 유효기간은 5년으로, 지난해에는 약 1조6800억원이 발행됐다. 유효기간을 줄이면 상품권을 가진 사람들이 서둘러 상품권을 쓰게 된다. 이 경우 시장에 돈이 풀려 다소나마 활력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 등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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