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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與 "코로나 모범국", 野 "경제실정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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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8] 후보등록 마감, 프레임 전쟁 돌입

與 "코로나와 전쟁서 승리", 野 "절망의 경제에 희망을"

민주당 '방역 성공론' 전략 내세워… 통합당, 비상경제 대책기구 설치

조선일보

여야(與野)는 27일 4·15 총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며 '코로나 선방(善防)'을 앞세워 지지표 결집에 나섰다.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 심판'을 기치로 표심에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달 초만 해도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여당 책임론으로 곤혹스러워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방역 성공론'으로 급선회했다. 통합당은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 상황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있다. 여야가 '코로나 극복론'과 '경제 실정론'으로 선거 초반 정면 격돌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최근 일부 외신에서 한국 코로나 방역을 긍정 평가하자 이를 적극 홍보하며 총선에 활용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한국은 코로나 대응의 선도 모범국"이라며 "이번 총선은 코로나 국난을 극복하고 국정 안정과 경제 회생을 이뤄낼 것이냐, 아니면 야당이 다수당이 돼 국가적 혼란과 민생 경제 파탄을 초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했다.

통합당은 26일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권으로 인한 절망의 경제를 희망의 경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당 '비상경제대책기구'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박형준 공동 선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를 점검하고, 동시에 통합당이 실효적 경제 대안을 내놓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세계가 주목한 한국 방역"이라며 코로나 사태 대응을 부각하고 있다. 송갑석 대변인은 27일 "한국 방역 모델에 세계가 주목한 결정적 요인은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3대 원칙"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 메인 슬로건으로 '일하는 민주당'을 검토했다가, '국민을 지킵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제2 구호도 '코로나 전쟁 반드시 승리합니다'로 했다. 정책이 아닌 코로나 사태 극복을 총선의 최대 이슈로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앞다퉈 외신이 한국 방역을 칭찬한 뉴스를 소셜미디어 등에 퍼나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열흘 전만 해도 주민들이 '코로나 어떻게 할 거냐'고 꾸짖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외국에 비해 우리가 낫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자신들의 경제 실정(失政)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민주당 공약집에서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이 슬그머니 사라졌다"며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부끄러운 행태"라고 했다. 소주성으로 경제를 망쳐놓고 코로나에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 총선의 최우선 공약으로 '양질 일자리 창출' '공정 시장 조성' 등 경제 살리기 정책을 내세웠다. 총선 메인 슬로건도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로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통합당 김광림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은 골고루 못사는 나라로 전락할지, 서민이 힘내고 중산층이 번영하는 나라로 거듭날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는 여당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지만 코로나 블랙홀에 모든 선거 이슈가 빨려드는 형국"이라고 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국난 극복에 초점이 맞춰지면 정부와 집권 여당에 힘이 실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지난 3년간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탈(脫)원전 정책의 잘못을 기억하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오면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선방론'과 '경제 심판론'의 영향력은 여론조사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오른 55%를 기록했다. 2018년 11월 조사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코로나 사태 대처'를 꼽은 응답이 56%로 절반을 넘었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3%포인트 내린 39%였다.

하지만 '경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앞으로 1년간 한국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57%로 이번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12%만 '좋아질 것'이라고 했고, 40%는 '나빠질 것', 45%는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 대응과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46%,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은 40%로 큰 차이는 없었다. 코로나 극복에 대한 기대와 경제 심판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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